한센인 강제 이주의 슬픈 역사를 뒤로 하고 치유와 희망의 회복공간으로 대전환을 넘어서 환경 교육·관광의 '에덴 프로젝트"까지 꿈꾸는 곳이 있다.
70여 년만에 국내 최대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본격화하는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왕궁면이 바로 그곳이다.
179만㎡ 규모의 익산시 왕궁정착농원은 1948년 국가의 강제격리 정책에 따라 한센인들이 대거 왕궁으로 이주하며 생겨났다.
당시 정부는 이들의 생계를 위해 축산업을 장려했고 무분별한 축산 확장으로 인해 수질·토양오염, 악취 등 환경훼손이 심각해졌다.
대변화의 1막은 지난 2010년에 익산시가 전북자치도·정부 등과 함께 왕궁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축사매입에 나서며 시작됐다.
역사를 뒤바꾸는 대전환의 시도는 10여 년 만인 지난해 왕궁 일대 축사매입 사업의 마무리로 1막을 갈무리하게 된다. 이는 훼손 생태계를 복원해 희망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출발점이 됐다.
2막은 익산시가 국내 최대 규모의 훼손지 복원사업인 '왕궁정착농원 자연환경복원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커튼을 올리게 된다.
익산시는 지난해 5월 정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왕궁정착농원 자연환경복원사업' 대상구역을 구체화하는 등 사업추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자연환경복원사업은 훼손된 자연환경의 생태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생태습지·생태숲, 전망시설, 탐방로, 주차장 등이 조성되고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용이다.
앞서 환경부는 시급성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왕궁 자연환경복원사업 대상지 179만㎡를 자연환경복원사업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파편화로 인한 생태계 단절 문제, 난개발 요소를 어떻게 해결해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왕궁면 일대 곳곳에 있던 축사를 매입하면서 사업 대상부지와 사유지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이런 고민을 담아 지난 1월 '왕궁 축사매입부지 자연환경복원사업 추진방향 수립용역'에 착수했다.
환경부 자연환경복원사업의 공간구성은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으로 구분된다. 생태계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도록 공간모형을 제시한 유네스코 맵에 따른 분류다.
우선 핵심구역에는 만경강-주교제-용호제·학평제로 이어지는 수생축과 이를 둘러싼 산림축을 복원해 동식물의 서식지를 보호·복원할 계획이다.
완충구역은 핵심구역을 보호하면서 생태관광, 생태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협력구역은 지역 주민과 조화롭게 공존을 이루는 공간으로 조성될 전망이다.
3막은 올해 안으로 자연환경복원사업 추진방향 수립용역이 마무리되고 내년에 있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전제로 한다.
현재 익산시는 기재부의 예타 통과를 2가지 측면에서 장담하고 있다.
첫번째는 우리나라가 국제협약에 가입해 있어 2030년까지 산림 훼손면적의 30%를 의무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익산 왕궁축산단지의 경우 그 면적이 전국 최대(179만㎡)이어서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복원을 해야 하는 까닭에 기재부도 예타 통과를 거절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두번째 기대는 왕궁축산단지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된 한센인 강제 이주의 슬픈 역사를 갖고 있어 정부가 적극 나서 투자해야 하는 당위성이다.
정부는 이런 당위성 때문에 축사매입에도 적극 나서온 만큼 예타를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 4막은 자연환경 복원을 넘어서 '교육과 관광'을 실현하는 '에덴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이다.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는 영국 잉글랜드 콘월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 조성 사업이다.
도자기 산업의 쇠락과 버려진 폐광으로 추락한 콘월주에서 영국 밀레니엄 재단의 자금을 지원받아 훼손된 환경을 복원한 한 것에 골자를 이룬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돔으로 구성하고 그 안에 열대와 온대, 지중해, 사막 등의 자연환경을 조성하였다.
팀 스미트(Tim Smit)가 고안하고 건축가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가 건설한 거대한 돔은 2년 6개월의 건설기간을 거쳐 2001년 3월에 개장해 한 해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월주는 에덴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적 안정과 행복한 지역사회, 공동체의 협력과 공감 등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적인 선도 도시로 급부상했다.
이런 환경복원 사업을 중국 칭다오(靑島)에 그대로 이식해온 것이 칭다오의 '동방 에덴 프로젝트'이다.
익산시는 영국 2곳과 중국 칭다오 1곳에 이어 익산 왕궁면에 전 세계 4번째의 '에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 관련 회사는 왕궁면 추진과 관련해 서류상으로는 적지로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산시는 자연환경 복원사업과 '에덴 프로젝트'를 병행추진해야 한다고 환경부 등에 강조하고 있다.
현재 2막의 커튼을 올린 익산시가 정부의 예타 장벽을 넘어 '에덴 프로젝트'까지 대단원의 4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양경진 녹색도시환경국장은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전국 최대 규모의 자연환경 복원사업을 잘 추진해 나가겠다"며 "왕궁정착농원이 한센인 강제 이주의 슬픈 역사를 딛고 훼손 생태계 복원과 환경교육, 생태관광의 모범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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