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사망자 7명 중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설치 위치, 제품 불량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제기했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치 장소가 경사로였는데 에어매트는 경사로에 설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에어매트는) 평평한 곳에 설치해도 고층에서 떨어졌을 때는 생존할 확률이 굉장히 떨어지는데 건축물 대장상 (호텔의 높이는) 29.4미터(m)로 나와 있다"며 "소방에서 규정하는 공기 안전매트의 성능 인증 및 제품 검사 기술 기준에는 (건물 높이가) 15미터 이하에서만 (에어매트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5미터 이상 건물에서는 에어메트를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뛰어내리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15미터 이하에서만 사용하라는 것"이라며 "에어매트에서 뛰어내렸을 때 가장 생존할 확률이 높은 정도의 층은 4~5층 정도"라고 부연했다.
염 교수는 화재 당시 대피자 한 명이 뛰어내린 직후 에어매트가 뒤집힌 데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아마 제가 알기로는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이 보고된 것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어매트를 설치하면 안전 확보를 위해서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3일 구조 상황과 관련해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염 교수는 구조 작업 당시 에어매트 하단이 많이 부풀어 있던 점을 지적하며 "에어매트 자체가 불량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구조 당시 사용된 에어매트) 사용 연한이 지금 7년짜리다. 그런데 이것을 지금 재사용 심의를 해서 18년을 사용했다. 2배 이상을 사용했다"며 "그러면 고무의 탄성이 당연히 줄어들 것이고 또 공기가 주입됐을 때 평평하게 주입되지 않았을 가능성 또는 빠질 가능성까지 다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부가 평평하지 않으면 이게 오뚝이처럼 지금 배가 나와 있는 그런 상황이면 가로대나 세로대가 기우뚱기우뚱 하는 그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결국은 에어매트의 어떤 불량일 가능성, 그리고 또 에어매트가 뒤집혔을 가능성의 어떤 확률을 높여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화재 당시 부천소방서 소방대원들은 도착 5분 뒤인 오후 7시 48분 호텔 외부 1층에 가로 7.5미터·세로 4.5미터·높이 3미터 크기의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당시 상황이 급박해지자, 에어매트 설치 7분 뒤인 오후 7시 55분에 7층 객실에 있던 남녀 두 명이 뛰어내렸다. 그러나 먼저 떨어진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운데가 아니라 한 변의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져 반동에 의해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그사이 남성이 곧바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모두 숨졌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총 19명이다. 투숙객 등 7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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