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신임 한동훈 지도부를 초청해 가진 지난 24일 만찬에서 "정치하는 사람은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고 상가에 갈 때도 같이 가야 된다. 당 대표가 설사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최고위원들이 먼저 그렇게 자꾸 대표와 함께 움직이도록 노력을 해달라"고 한동훈 대표 및 최고위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참석자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2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먼저 당 대표에게 상당히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현장에 참석한 최고위원들에게 당 대표가 외롭지 않도록 잘 보좌하고 같이 늘 함께하도록 주문을 많이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일부 언론에 '한 대표는 만찬에서 별 언급이 없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제가 한 대표 옆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면 그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말씀에 자신의 입장·의견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면 좀더 내용을 보완하면서 설명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며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로 다가가려는 모습이 굉장히 눈에 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만찬 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주요 내용을 전달했고, 당 측에서는 별도 브리핑을 갖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개별적으로 익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한 만찬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술을 안 마셔도 술자리도 자주 하라, 상갓집도 가야 한다. 광폭 행보가 필요하다"(<동아일보>)라고 당부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김 최고위원이 전한 윤 대통령 발언과 유사하지만 메시지 수신인이 최고위원들이 아니라 한 대표라는 점이 다르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최고위원들에게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고 많이 도와주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뉴시스>는 "기본적으로 분위기가 좋았고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현안 얘기는 없었고 자리 성격 자체가 그런 (정치) 현안을 얘기할 자리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자리였다"는 참석자 전언들을 보도했다.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로 꼽히는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로 "매우 훈훈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됐고, 전체적인 참석자들의 이야기는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 함께 힘을 모으고 노력하자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며 "윤 대통령께서 주신 말씀은 '한 대표 중심으로 모여서 당이 하나로 갔으면 좋겠다. 그러고 함께 한동훈 대표를 많이 도와주라'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장 최고위원은 '국민 눈높이' 등 한 대표가 강조한 메시지와 관련 구체적인 건의가 았었는지 묻는 질문에 "구체적 건의나 그런 자리보다는 전당대회 동안 고생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대통령이 격려하시고, 또 우리도 전당대회 과정의 여러 일들을 다 털어내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 함께 가자, 그러고 대통령께서도 '우리 당이 하나로 뭉쳐서 잘 가고, 당과 대통령실이 힘을 모아가자' 주로 그런 말씀들을 나눴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만찬 형식을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김근식 전 당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만찬 초청 방식은 살다 살다 처음 들었다"며 "낙선자와 당선자를 같이 모시면 제일 황당한 게 뭐냐, 그럼 대통령이 그 자리를 축하하는 자리인가 위로하는 자리인가? 본질이 한동훈 대표를 축하하는 건가, 원희룡을 위로하는 건가. 이건 다각도의 해석이 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 전 실장은 또 윤 대통령이 한 당부의 말과 관련해서도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대통령이 집권 여당 신임 대표를 만나면 많이 나오는 말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라', '대표를 잘 모셔라' 이렇게 하는 건데 '외롭게 하지 마라', '좀 잘 도와줘라' 이런 이야기니까 약간 뉘앙스에 좀 묘한 차이는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해석이 될지 모르겠고, 그리고 또 하나는 과연 수석들을 옆에 딱 도열시키고, 낙선자들도 있고, 기존 당 지도부와 같이 둘러싸인 상태로 새로운 신임 지도부와 같이 밥을 먹을 때 과연 63%의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당원들의 요구에 대해서 '윤심'이 그걸 막겠다는 건지 받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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