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혼불문학상을 받았던 이광재 작가가 여러 단편을 묶어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라는 소설집(도서출판 강)을 냈다.
'군산, 적산가옥'과 '검은 바다의 기억' 등 총 7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은 인간의 존엄 속에 감춰진 지점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작가 이광재의 매력을 흠뻑 맛볼 수 있는 책이다.
표제작인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는 주인공인 '나'가 친구 문수, 몽골인 바타르와 함께 지프를 타고 푸르른 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낙타 가죽에 꿰여 가슴에 매달린 늑대의 송곳니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낫이나 초승달처럼 벼려진 송곳니는 어둠 속에서도 찌를 듯 도드라져 조용히 울부짖는다. 그 송곳니를 응시하다 보면 어쩐지 늑대의 정령은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단편에서 저자의 탄탄한 문장력과 깊은 내면을 느낄 수 있는 성숙한 시선을 만나면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실 저자는 오래전에 신인 작가로 몇 편의 소설을 쓴 이후 근 20년 간 글을 쓰지 않았다.
군산에서 출생한 저자는 전북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섰고 재야단체에서 활동하게 된다. 1989년 '녹두꽃' 2호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했다.
이후 수년간 글을 쓰지 못하다가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썼고,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혼불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로 '수요일에 하자'를 펴낸 바 있다.
전주새길청년회 회장과 전북작가회 활동을 해온 저자는 결혼과 함께 가장의 냉엄한 현실에 부딪혀 학원강사 등을 전전하며 강요된 절필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가 마그마처럼 용솟음치며 동학농민혁명과 전봉준 장군의 민족사에서부터 글을 다시 시작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봉준이 온다'라는 '전봉준 평전'이다. 엄청난 발품을 들인 고증과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토대로 소설가적인 안목에서 접근한 '전봉준 평전'은 국내 동학 연구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정도이다.
용기를 얻은 저자는 '나라 없는 나라'라는 장편소설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온전한 작가의 길로 되돌아 왔다.
저자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튼튼한 서사구조, 탄탄한 문장력으로 평단에 널리 알려져 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김형수는 '소설가 이광재를 말한다'는 소개를 통해 "한없이 고독하고, 한없이 사려 깊고, 한없이 도발적인 이광재"라고 말했다.
이광재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은 상처들 속에 인간의 존엄이 감춰진 지점을 예리하게 읽어내는 덕목이라고 김형수는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저서에서 "오래전에 신인 작가로 몇 편의 소설을 쓴 이후 근 이십 년간 글을 쓰지 않았다. 이번에 여기저기 발표한 단편을 묶어 올 하반기에 펴낼 예정작까지 포함해 책을 내니 신인으로서 한 매듭을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신인 태를 벗는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장편에 비해 단편집을 묶다 보니 새삼 어떤 각별한 느낌이 밀려온다"며 "단편들을 묶으면서 세상 모든 빚진 이들을 생각한다"고 술회했다.
저자는 26일 오후 6시부터 전북 전주시 전동성당 뒤편에 있는 '녹두꽃'에서 작가사인회를 갖고 소설집 출간의 기쁨을 함께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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