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면 지난해 11월 29일, 57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였지만 부산의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119대 29로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9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직후 "자신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일주일 만인 12월 6일 부산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간담회에 참석해 "Busan is beginning"이라고 말하며 부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낙담해 있는 부산 시민을 위로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부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전북도민은 피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난해 8월 초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끝난 후 전북도민은 잼버리대회를 빌미로 지난 30여 년간 무려 11조 원이라는 국가예산을 빼 먹은 '도둑'으로 몰려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전북도민을 위로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잼버리 대회가 끝난 후 파행의 책임을 가리겠다며 감사원 감사가 착수 되는가 싶더니, 2024년 새만금 주요 SOC예산 5100억 원이 영문도 모른 채 싹둑 잘려 나갔다.
한덕수 총리는 새만금의 '빅피처'를 다시 그리겠다고 했다.
전북 도민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잼버리 대회를 빌미로 국가 예산을 도둑질한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수모를 견뎌 내면서 대통령이 전북을 다시 찾아주기 만을 기다리며 긴 시간을 숨죽이고 살아왔다.
지난 18일 드디어 27번째 민생토론회를 전북 정읍에서 연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을 대한민국 첨단산업에 강력한 교두보로 키워야 한다"며 "아울러 전북을 대한민국 생명산업의 전진기지와 새로운 문화산업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늦었지만 그래도 전북을 잊지 않고 찾아와 "전북을 대한민국 생명산업의 전진기지와 새로운 문화산업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전북도민에게 그래도 조금은 위안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역시 착시 현상에 불과했다.
대통령이 남기고 간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전북도민을 "정체 모를 간첩 집단"으로 모는 말이 집권 여당 국민의힘의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장에서 울려 퍼졌다.
새로 선출될 당 대표를 축하하는 자리에 당연히 전북의 국민의힘 당원들과 도민들이 참석했을 것인데 남녀 사회자 2명은 17개 시도 가운데 '전라북도'라는 이름을 잊은 듯 마지막까지 전북을 호명하지 않았다.
이에 전북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전북도민들은 전북을 부르지 않았다고 외쳤고, 남자 사회자는 "아직 박수를치지 않은 분들이 꽤 계신다. 이 분들은 정체를 밝힐 수 없는…네 어떤 간첩이라든가"라고 말했고 여자 사회자는 한 술 더 떠서 "아 그래요? 전라북도? 따로 불러야 되나요?"라고 말했다.
이 장면을 생중계로 목격한 전북 도민은 순간 듣는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본 전북 도민들은 속칭 '국민청력 테스트'라고 했던 "'바이든' '날리면'" 국면을 연상했다"고 말한다.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축제의 장에서 전북은 "정체 모를 간첩일 수도 있으니...집권 여당 전당 대회장에서 굳이 전북을 따로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졸지에 전북 도민은 집권여당 전당대회장에서 "정체모를 간첩집단"으로 몰렸고, 다른 시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그래서 호명하지 않고 지나가도 상관없는 존재감이 없는 '투명한 지역'으로 전락해 버렸다.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의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 쓴 채 1년을 지내온 전북 도민의 상처를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그 상처에 굵은 소금을 마구 뿌려 댄 격이다.
전북이 이처럼 푸대접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충무공 이순신의 말이 빛 바랜 앨범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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