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 씨가 "정치적인 공격으로 나와 유엔난민기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 씨의 소속사인 아티스트컴퍼니는 22일 "최근 정 씨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직을 내려놓았다"며 "오랫동안 유엔난민기구에서 친선대사를 맡으면서 노력했고, 사임은 자연스럽게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지난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명예사절로 임명됐으며 이듬해부터는 친선대사직을 맡아 10여 년간 난민 문제의 인도주의적 해결을 촉구해왔다.
정 씨는 지난 15일 <한겨레21>와의 인터뷰에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저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붙어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됐다"며 "기구와 나에게 끊임없이 정치적인 공격이 가해져 '정우성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 다른 의미들을 얹으려 하기에 나와 기구 모두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정 씨는 자신과 기구가 언급된 기사의 댓글을 모두 읽었다며, 한국 사회가 난민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로 "제주 4.3사건, 세월호 등 여러 사회적 참사의 원인과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한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 시민들이 타인의 고통에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 있는 소외 계층 사람들에게 난민이 반가운 손님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극우 정치 진영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문제의 원인을 난민과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앞으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의 공식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제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 문제나 나눠야 할 이야기가 아직 많기에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려고 한다"고 했다.
정 씨는 지난 2019년 6월에 낸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 펴냄)에서 "난민을 만나며 한 가지 확인한 게 있다면, 그들 누구도 스스로 난민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원하지도 않았던 난민이 되었다"며 "누군가는 기구의 지원으로 살아가는 삶이 편하게 누리는 삶 아니냐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자립하지 못하는 삶은 모두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난민 문제를 남의 나라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면하지 않는 것, 내가 사는 곳의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국제 사회에까지 넓히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살아가는 데 서로가 얼마나 강하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 또 연대와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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