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주민 30여명은 지난 17일 오후 국회 행안위와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방문한 간담회 자리에서 "다 죽게 생겼다"며 "빨리 익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수해복구비도 현실에 맞게 즉각 지원해 달라"고 강하게 호소했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이날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복구비의 현실화를 강하게 건의해 국회 행안위 위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날 이후 지역에서 '수해피해 복구비 지원의 현실화'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한병도 3선 의원(전북 익산을)은 19일 "상추 재배 하우스에서 쓰는 비닐은 한 줄에 수백만원이라 말린 후 다시 쓴다고 한다"며 "재해복구비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다시 절감했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최근의 '극한호우'로 식량작물과 시설원예농가 2만4000호의 약 20%인 4900호가 침수피해를 입는 등 심각한 타격을 겪었다. 그래서 재해복구비 현실화에 대한 건의는 절규에 가깝다.
도대체 재난복구사업을 위한 현행 지원이 어떠하기에 '현실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을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놓은 '2023년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 수립 편람'에 따르면 사유 시설 중 주택 침수 단가는 수리비로 세대당 300만원이 지원된다.
주택 파손 단가 역시 전파와 반파 등 파손 정도에 따라 동당 적게는 3300만원(반파 66㎡ 미만)에서 그 이상이지만 주택 침수나 파손의 복구비는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농민들의 주장이다.
소상공인 피해 역시 사업장에 재해를 입은 소상공인 업체당 300만원을 지원하는데 동떨어진 단가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밖에 농작물 피해는 대파대의 경우 농약대로 구분하여 지원하며 품목별 면적별로 다르며 농림시설 피해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 보급한 하우스 시설규격에 따라 설치한 시설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지급한다. 이 또한 시설과 규격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농민들의 불만이 큰 실정이다.
망성면의 한 농민은 "정부의 현행 지원단가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집중호우 피해시 시민들의 피해가 빈발하는 주택 침수만 해도 단가를 2배 이상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대파대 역시 작물별로 지원 단가에 차이가 있다. 과채류의 경우 ㎡당 지원단가가 884원이고 토마토와 풋고추 등은 1840원으로 차이를 보인다.
농민들은 "이제 갓 씨를 뿌린 상태와 막 수확을 할 시기의 농작물 지원 단가에 차이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회 행안위가 익산시 망성면을 방문했던 이달 17일 간담회 현장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신정훈 국회 행안위원장도 세심하게 배려해 복구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재난복구사업을 위한 지원단가'는 품목별로 규격별로 세분화되어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의 빈발과 물가인상 등을 고려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원택 국회 농해수위 간사는 "재난안전법령상의 수해피해 지원금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그동안 재난지원금을 일부 상향 조정하였으나 현재 피해를 입은 수재민에게는 도배 ‧장판 교체비용 정도만 보전해 주고 있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농어업재해대책은 농작물 피해에 대한 지원은 없고 생계 구호 수준의 지원에만 머물고 있으며 복구비 지원 단가는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더라도 농업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일반재난지역과 차이가 없고 보험료 감면 등 간접 지원만 일부 늘어날 뿐"이라며 "복구 지원 단가는 실거래가의 100%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영재 익산농민회 회장은 "정부차원의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단가)이 정해져 있지만 변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만 애를 끓이며 농정불신을 낳고 있다"며 "가뜩이나 자연재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복구비 지원을 통해 최대한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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