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책을 하나 꺼냈다. 맨 뒷장에는 "1995년 4월 7일 지하철 2호선, 정말 유익한 책!"이라 적혀있다.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로 일하던 어린 시절, 의료 관련 책이라면 뭐든지 읽었다. 어떤 문장에 홀렸던 기억이 새롭다.
"나이가 많아 죽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무슨 엉뚱한 말이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 결국 모든 사람은 미 FDA와 WHO가 밝힌 질환에 의해 죽을 뿐, 늙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숨을 거두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 책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예일 의대 교수 셔윈 B. 누랜드의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HOW WE DIE>.
거의 30년 뒤 이번에 새롭게 집어든 책은 <우리는 왜 죽는가 WHY WE DIE>이다. 저자는 인도 태생으로 물리학으로 박사를 했고 나중에는 생물학을 공부했고, 2009년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한 분자생물학 분야의 대가 벤키 라마크리슈난.
일단 나같은 사회과학도가 읽기에는 쉽진 않다.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 공부를 게을리했던 것이 늘 후회스럽다. 이건 반쪽짜리 공부도, 4분의 1쪽짜리 학생도 못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읽어야한다. 노화와 항노화에 대한 지식은 우리 시대의 기본이다. '어떻게 죽는지', '왜 죽는지'를 이해해야한다. 생물 공부하는 기분으로 꾸역꾸역 읽었다.
사람은 죽는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에겐 최고의 평등 기제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다.
"죽음에 이토록 집착하는 성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 같다. 우리 종이 이렇게 종말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우연히 뇌와 의식이 진화하고 언어가 발달해 두려움을 서로에게 전파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대처 전략은 크게 넷이 있다.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의 분류다.
"플랜 A는 영원히, 또는 최대한 오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플랜 B는 죽은 뒤에 육체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플랜 C는 육체가 썩고 부활할 수 없더라도 우리의 정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영혼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플랜 D는 우리가 남긴 작품이나 기념물이나 생물학적 자손, 즉 우리의 유산을 통해 계속 살아간다는 생각이다."
당신은 어느 플랜을 선택하겠는가.
생물학의 발전은 항노화 산업의 기초를 제공함과 동시에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꼽혔던 조언을 철저히 검증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이다. 더 조언하자면 이렇다.
"진짜 음식을 먹어라. 너무 많이 먹지 말라. 대부분 식물성으로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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