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혁파 후보인 마수드 페제시키안(69)이 당선됐지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주요 결정권을 가진 이란 체제를 고려할 때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AP> 통신은 6일 미국 국무부가 이란 대선 결과 관련 질문을 받고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상당수의 이란인이 (선거에) 아예 참여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지적하고 "이번 선거가 이란 국민에 대한 더 많은 존중이나 이란의 방향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후보자 자신들이 말했듯 이란 정책은 최고지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재임 중이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럽게 숨져 치러지게 됐다.
미 CNN 방송을 보면 의사 출신으로 보건장관을 맡았던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결선 투표에서 53.6%를 득표해 44.3%를 얻은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58) 후보를 눌렀다. 페제시키안은 승리 연설에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은 2022년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 간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뒤 벌어진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서 도덕 경찰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며 명성을 높였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히잡 착용 의무화 완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파기한 핵합의 복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 아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페제시키안이 최고지도자의 권위에 도전적이진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란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회의론이 인다. 국민들이 기대를 접으며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율은 39.9%로 역대 최저였다. <AP>에 따르면 따르면 결선 투표율은 49.6%로 1차 투표보단 높았다.
개혁파 당선에 대해 이란 국민들은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했다. <AP>는 페제시키안에 투표한 은행원 파테메흐 바바에이가 "그(페제시키안)에겐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투표가 강경파에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란 여성 라나 라자비가 페제시키안 당선에 대해 "소녀들과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할까봐 걱정하지 않고 거리를 걸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CNN은 테헤란 주민 호세인 이마니가 "페제시키안 대통령으로 인해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는 국민들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가 약속을 지킨다는 조건"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CNN은 전문가들이 이번 선거로 서방과 이란과의 관계가 바뀔 것으로 보진 않지만 강경파 당선 땐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므로 페제시키안이 서방이 선호한 후보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국장 사남 바킬이 페제시키안의 당선이 이란 정책의 즉각적 변화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페제시키안은 덜 억압적인 환경 제공을 위해 시스템 내에서 노력할 것을 분명히 했다"며 "사회적 자유를 위한 여지를 좀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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