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옥사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연구를 다각도로 비판하는 책이 출간돼 학계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논쟁이 예상된다.
1589년(선조 22)에 ‘정여립 모반 사건’으로 시작된 기축옥사는 3년 동안 이어진 옥사로 최영경, 이발 등 억울한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고, 수사 책임자였던 정철, 유성룡, 이양원 등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전라도, 특히 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자들이 연루되면서 호남 사림에 대한 탄압이라는 인상도 덧 씌워졌다.
전주대학교(총장 박진배) 대학원 사학과 오항녕 교수는 기축옥사가 기억된 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검토하는 방식으로 '사실을 만난 기억-조선시대 기축옥사의 이해'를 펴 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이란 "시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 또는 그 결과로, 구조, 의지, 우연의 세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정의하면서 이 개념에 따라 기축옥사의 전개와 결과를 새롭게 분석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왕을 가르치는 홍문관 관원이었던 정여립이 일으킨 옥사가 주는 당혹감과 두려움, 그가 교류한 인물의 다양성, 추국청의 운영과 구성이 끼친 영향, 형법에서 반역 사건이 가지는 위상 등을 차분히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기축옥사는 후대의 기억과는 달리, 서인과 동인의 당쟁도 아니었고 전라도 지역에 대한 차별로 발생한 사건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기축옥사에 대한 오해와 오독의 원인은 우선 관련 자료의 부실이지만, 후일 형성된 오해와 편견도 적지 않게 뒤섞여 있다"며 "다문궐의(多聞闕疑)(많은 사료를 검토하고 의심스러운 데는 놔두는)의 접근을 통해 역사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항녕 교수는 그동안 조선시대사, 기록학, 역사이론 등에 탁월한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발표해 오며 역사학자 영향력 상위 1%에 선정되기도 했다. KBS, 중앙일보 등 언론을 통해 역사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고 중고등학생에 대한 역사특강의 단골 강사이기도 한 그는 15년 이상 전주 시민들과 역사책을 읽는 모임을 지속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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