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품 패션 업체 L사는 1년에 한 번씩 팔리지 않은 새 가방들을 불태운다. 희소성을 보존해야 상표 가치를 지키고, 또 그래야만 적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질문이 따른다. 그럼 환경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21대 국회 종료를 사흘 앞둔 지난 27일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일부개정안, 일명 '의류재고폐기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의류 재고가 헛되이 버려지는 대신 순환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해외 연구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의류 중 70% 이상이 소각 또는 매립된다. 또 20년 전과 비교하여 세계의 의류 생산량이 400% 늘어났는데 의류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 역시 전체 산업계 배출량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관련 법을 제정해 재고품 폐기 문제에 대응해 왔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재고 처리 순서에 있어 기부를 의무화하고 법 위반 시 형법상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법 규정이 전무하다. 이에 장 의원은 의류 폐기물 줄이기에 앞장서는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와 함께 다년간 의류재고폐기금지법 발의를 준비해왔다.
법안에는 의류 재고의 폐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기부 단계를 두어 등 재고품의 처리 순서를 정하며, 특정 규모 이상의 의류대기업들에 대해 재고 폐기 현황을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장 의원은 "현재 입법 미지의 영역에 있는 의류 재고 폐기 문제에 관련법 제정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 법안을 준비한 다시입다연구소의 정주연 대표는 "패스트패션이 아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옷을 적정량만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법안의 자문을 도운 사단법인 선의 김보미 변호사는 "21대 국회에서 제조물의 폐기 문제를 다룬 법안은 이 법안이 거의 유일하다"며 "패션 재고 폐기 문제 해결을 시작으로 다른 제조물의 재고 폐기까지 줄여나갈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원실 측은 21대 임기가 끝나기 직전에 발의를 한 이유에 대해 "이미 성안은 1년 전에 했으나 서명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혜영 의원은 21대를 마지막으로 국회를 떠나지만, 새 국회가 시작되면 예전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기 때문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환경에 관심이 의원들이 이 법안을 22대에서 살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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