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으로 불리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온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갑질 의혹'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폭언, CCTV와 사내 메신저를 통한 직원 감시, 임금체불 등 다양한 의혹을 두고 강 대표와 직원들은 연일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노동 전문 변호인으로 유명한 박훈 변호사가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을 "무료 변론"하겠다고 가세함에 따라 법정 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강 대표 논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직장 갑질'을 둘러싼 갈등이 많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신고는 2020년 5823건에서 지난해 1만 28건까지 늘었다. 사용자든 노동자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직장 갑질 문제의 쟁점들을 강 대표 사건을 통해 정리해보았다.
① 폭언 의혹 : 녹취 없다면 제3자들 진술,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도 입증 자료로
첫째, 폭언 의혹이다. 사태의 발단이 된 한 구직 플랫폼 내 보듬컴퍼니 후기에는 회사 경영진인 강 대표 부부가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인격 모독, 업무 외 요구" 등을 했다고 적혀있다. 이후 익명의 옛 보듬컴퍼니 직원은 강 대표가 "'숨도 쉬지 말아라. 네가 숨쉬는 게 아깝다', '벌레보다 못하다', '그냥 기어 나가라. 그냥 죽어라' 이런 이야기를 매일 했다"고 JTBC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강 대표가 20분 동안 폭언을 한 녹취 파일을 갖고 있다고 밝힌 직원도 나왔다.
강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해명 영상에서 그는 JTBC 보도와 관련해 "제가 쓰는 화내는 말이 아니다.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반려견 훈련 과정에서 사고 발생을 우려해 "훈련사님들한테도 '조심하세요'라고 할 말도 '조심해'라고 큰소리쳤던 적도 실제로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폭언이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정당한 훈계를 했다고 밝힌 셈이다.
법률가들은 직원들이 제기한 수준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이 있었다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입증이다. 원의림 변호사는 28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폭언이 담긴 녹취가 있으면 가장 수월하게 입증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실제 신고가 이뤄질 경우 신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할 다른 제3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부분에서 일치하면 입증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취와 복수 진술 외 다른 증거의 활용도 가능하다. 최수환 노무사는 폭언 증언이 담긴 "이메일, 문자메시지, 사내 메신저 등의 기록과 피해자의 의사 소견서, 상담 기록 등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 기록도 추가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하은성 노무사도 "'폭언을 한다'는 메신저 내용이나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등이 간접증거가 된다"고 했다.
② CCTV 감시 의혹 : 구성원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법 위반
둘째, 강 대표가 사무실에 여러 대의 CCTV(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직원을 감시했다는 의혹이다. 강 대표는 해명 영상에서 사무실에 설치한 CCTV는 "감시 용도가 아니다"라며 "우리(보듬컴퍼니)는 사람들이 있고 용품을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 CCTV가 꼭 있어야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난이 있을 수 있고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듬컴퍼니의 한 전 직원은 이에 대해 "도난 방지, 외부인 확인이 목적이었다면 현관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 데 7층 사무실에는 CCTV를 감시용으로 두고 출고용 택배를 쌓아두는 현관에는 예전부터 있던 가짜가 달려 있었다"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반박했다. CCTV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여직원 탈의실에도 CCTV가 있었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다만 탈의실 감시 주장에 대해 강 대표는 해당 공간은 회의실이며 회사에 탈의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CCTV가 감시 목적으로 활용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조항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우선 살필 것은 설치 과정이다. 원 변호사는 "법에 CCTV 설치 과정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설치 목적이 도난 방지 용도였고 구성원들에게 고지해 동의를 받았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면서도 "사무실 내부에 CCTV를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설치했다면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CCTV의 설치 장소 및 실제 활용 방식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원 변호사는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공간이라면 법적 요건에 반한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CCTV로 모니터를 들여다봤고, 실제 그것으로 지적까지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노무사도 "녹화된 영상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CCTV가 실제 근로자 감시에 사용됐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③ 사내 메신저 감시 의혹 :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받아도 감시 범위, 목적, 기간 없으면 효력 無
셋째, 강 대표의 배우자인 수잔 엘더 보듬컴퍼니 이사가 직원들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은 대화를 당사자 동의 없이 들여다본 뒤 이를 바탕으로 질책까지 했다는 의혹이다.
수잔 이사는 해명 영상에서 동의 없이 사내 메신저 대화를 들여다보고 직원을 질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제 막 태어난 6개월짜리, 7개월짜리 아들에 대한 조롱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비아냥 때문에 눈이 뒤집혔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후 "변호사님이 '그걸 함부로 그렇게 보시면 안 된다'고 조언해주셔 그런(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전달해주셨다"고 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사내 메신저 대화 내역을 들여다봤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수잔 이사가 말한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도 논란 소지는 남는다. 원 변호사는 "동의서를 받는 경우에도 정확히 범위를 특정해서 들여다봐야 한다"며 "만약 동의서에 지정된 범위가 없다면 동의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최 노무사는 "동의서에 사내 메신저 감시 범위, 목적, 기간 등이 기재됐는지, 근로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동의서가 있더라도 사내 메신저 감시가 범위 제한 없이 이뤄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 노무사도 "위법 사실을 인지한 뒤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받은 서약서 한 장으로 제한 없는 사내 메신저 감시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④ 임금체불 및 '가짜 3.3 노동자' 계약 의혹 : 회사 대표가 직원과 사업자 계약을 맺으면 '편법'
넷째, 임금체불 의혹이다. 강 대표가 2016년경 퇴직한 직원에게 마지막 급여날 9670원을 지급했는데, 해당 직원이 고용노동청에 강 대표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넣어 결국 기본급과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수잔 이사는 해명 영상에서 퇴직한 직원이 "일반적인 월급을 받는 사원이 아니었다"며 "본인이 발생시킨 매출의 십몇 퍼센트를 인센티브로 받는 사업자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계약에 따라 퇴직금이나 급여가 아닌 매출 비율로 계산한 인센티브를 지급했고, 9670원이라는 액수는 당시 임금을 지급해야 했던 기간의 인센티브인 "1만 원에서 (사업소득세) 3.3%를 제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후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고 퇴직금을 주는 게 맞는다는 결론을 내린 뒤 인센티브와 퇴직금, 연차수당까지 지불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는 보듬컴퍼니와 관련 2016년에 임금체불로 4건, 지난해 휴일수당 산정 관련 1건 등 신고가 접수됐지만, 2016년 4건은 자체 종결했거나 구제가 완료됐고, 지난해 접수 건도 신고 직후 취하해 모두 해결된 건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체의 대표가 법적으로 '근로자'인 직원과 개인 사업자 계약을 맺는 일 자체가 '편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하 노무사는 "연차 수당이나 퇴직금까지 지급했다는 것은 통상시급 등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고, (피해 노동자는) 무늬만 프리랜서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자를 고용하면, 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의 4대 보험료 사업자 부담분(통상 급여의 10% 수준)을 안 냈다면, 고용 기간 그만큼의 이익을 착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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