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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아름답고 떨림이 있는 철학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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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아름답고 떨림이 있는 철학 책

[최재천의 책갈피]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 글, 정지현 번역, 디플롯

말년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친구에게 토로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한 치의 후회도 없지만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인생이 온통 고통과 괴로움뿐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75년이라는 세월 동안 진정한 기쁨을 누린 시간은 고작 4주도 안 되는 것 같다. 나에게 인생은 마치 산비탈에서 굴러떨어지는 거대한 돌과 같아서, 그 돌이 저 아래 바닥에 닿지 않도록 막으려고 쉼 없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만 같다."

이것이 인간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캐물어야 하고 크게 의심해야 한다. 질문과 의심과 그에 대한 해답이 철학이다.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한다. 지혜롭다는 것은 이미 지혜를 얻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혜를 사랑한다고 해서 무조건 지혜를 얻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어릴 때부터 철학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나이가 들었을 때 공부하느라 지치지 않는다. 건강한 영혼을 위한 노력에 적당한 시기는 없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철학 공부를 하기에 너무 이르거나 늦었다는 말은 행복해지기에 너무 이르거나 늦었다는 말과 같다." (에피쿠로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이런 제목의 철학 논문이 있다. <대상-밀도 매트릭스에서 언어 공간의 준선형성과 초월적 인식의 반영>

몽테뉴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복잡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타인에게 잘나 보이려는 유치하고 필사적인 욕구를 드러낸다."

고대 철학은 삶의 기술을 가르쳤지만 현대 철학은 오직 전문가들만 접근할 수 있는 정교한 언어를 설명했다.

미셸 푸코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프랑스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파헤친 초기의 철학자이기도 한 피에르 아도의 생각이다.

아도는 현대 철학이 '너무 전문적이고 편협하고 삶에서 완전히 분리'되었으며 영광스러운 아테네 시절의 철학은 그림자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철학자이자 게임 이론가이기도 한 저자 하임 샤피라는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나 또한 저자의 주장을 따른다. 우리 시대의 철학은 "우리가 누구이고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망라하며 온갖 저작을 갈아 마시고 토해 낸, 지극히 아름답고 떨림이 있는 철학 책이다. 널리 알려졌으면.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 글, 정지현 번역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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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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