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봄에는 축제가 참 많다. 우리 학교도 곧 축제가 있을 예정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젊은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나이 먹은 사람도 봄이 오면 설레는 모양이다. 40년을 문학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터라 강연회 요청도 제법 많아졌다. 지난 주에는 ‘꽃뜰힐링낭송원 창립 기념 콘서트’에서 개최한 포럼에 참석했다. 한국어 발음에 관한 발표를 했는데, 반응은 좋았지만, 한국어의 발음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는 얘기도 들어 왔다.
필자는 학부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공부하였다. 그래서 한문을 번역하는 능력은 일반인보다 조금 낫다. 그런데 필자가 중국어로 말하면 중국인들은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필담으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중국어가 간체라고 하지만 번체를 아는 사람은 간체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번역은 잘하지만 말은 거의 못한다. 알아듣지 못하니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발음은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도 우리말 발음을 어렵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어떨까 걱정이다.(이하 [ ] 안에 있는 것이 표준 발음이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 보자.
1.간격[간격], 인격[인껵]
2.헌병[헌병], 헌법[헌뻡]
3.불고기[불고기], 물고기[물꼬기]
4.발병[발병發病], 발병[발뼝 ㅡ病]
5.감기[감기], 바람기[바람끼]
6.김밥[김밥][김빱], 비빔밥[비빔빱]
7.등산[등산], 등살[등쌀]
8.강산[강산], 창살[창쌀]
위의 예문은 모두 같은 상황인데 다른 발음을 표준 발음으로 정한 것들이다. 문법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음으로 또 다른 예외 규정을 보자. '디귿을'의 발음은 원래 [디그들]이라고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이들이 [디그슬]이라고 발음하기에 현실음을 표준 발음으로 규정하였다. ‘기역이[기여기]’, ‘미음을[미으믈]’ 등을 보면 앞에 있는 받침이 그대로 뒷말에 연음되어 발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이[꼬치]’, ‘빗이[비시]’, ‘빛이[비치]’, ‘빚이[비지]’ 등과 같이 앞의 받침이 그대로 뒤에 연결되어 발음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다음의 예를 보면 ‘현재 서울 사는 교양인들이 어떻게 발음하는가’를 알 수 있다.
규정에 의하면 “한글 자모의 발음은 그 받침소리를 연음하되 'ㄷ, ㅈ, ㅊ, ㅋ, ㅌ, ㅍ, ㅎ'의 경우에는 특별히 다음과 같이 발음한다.”고 되어 있다.
디귿이[다그시] 디귿에[디그세]
지읒이[지으시] 지읒을[지으슬]
치읓이[치으시] 치읓을[치으슬]
키읔이[키으기] 키읔에[키으게]
티읕이[티으시] 티읕을[티으슬]
피읖이[피으비] 피읖을[피으블]
히읗이[히으시] 히읗에[히으세]
이러한 발음은 모두 예외 규정으로 현실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것을 가르치고 나면 유학생들은 발음을 제대로 하는데, 오히려 한국인 학생들이 틀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ㅎ’을 읽으라고 하면 [히응]이라고 읽는 사람들이 많다. 오호, 애재라! 발음은 [히읃]이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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