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최대의 선물은 자유의지이다." (단테)
인간은 자유다. 인간은 자유로운 의지를 갖고 있기에 스스로 존엄하다. 자유로운 의지는 예술적 상상력의 텃밭이다. 인간은 가장 기본적 자유인 표현할 권리를 통해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선율로 자유 의지를 드러낸다.
2022년 6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당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귀국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단테의 <신곡>은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모두 구해서 읽었다,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할 만큼 읽은 책이다."
부끄러웠다. 솔직히. 고등학교 시절 ‘폼을 잡느라' 문고판으로 읽은 적이 있다. 대학 때는 다른 판본으로 '그래, 읽었어.'라는 어쩌면 자기 기만의 독서를 거친 적도 있다. 그걸로 아는 척하고 살아왔다.
헤브라이즘의 영육 분리, 헬레니즘의 감성과 이성의 대립, 유불선의 도덕적 현실주의와 초월 사상은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후천적 · 철학적 기반일 것이다. 하지만 경전이나 고전을 제대로 읽지도, 이해하지도, 깨닫지도, 실천하지도, 묵상하지도 않고 사는 것이 지금의 나의 일상일 것이다.
임윤찬의 언질이 죽비가 되었다. 서점에서 이것저것 살피다 때마침 장은수 선생이 추천한 <단테 신곡 강의>를 경전 삼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일본의 세계적인 철학자 이마미치 도모노부 선생이 1997년부터 이듬해까지 약 1년 6개월에 걸쳐 진행한 총 15번의 강의를 기록한 책이다.
경탄으로 시작하여 선생의 강의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온갖 형광펜으로 하이라이트를 긋고, 낙서하고, 메모하고, 접어가며 읽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제발 이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하는 마음에 소개하기로 했다.
선생의 설명이다.
"단테의 <신곡>은 천국을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을, 즉 우리는 단테와 함께 고전문학적 교양으로 지옥을, 오성과 상상력으로 연옥을 편력한 후, 그제야 마침내 빛으로 충만한 천국에서 이성적 정신이 신의 지복으로 초대받는 기쁨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그리고 <신곡>은 그런 기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상에 있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그리고 천국의 지복을 마음에 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성취되는, 천상과 지상의 사랑의 교류 노래인 것이다."
지난 19일 임윤찬이 또 한마디했다.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연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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