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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통국가' 만드려는 미, 북 제재 없애려는 중·러…강대국에 흔들리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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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통국가' 만드려는 미, 북 제재 없애려는 중·러…강대국에 흔들리는 한반도

기시다 "적극적 역할 하겠다" 선언…중·러 "일방적 제재는 협박행위" 공동 대응

미국과 일본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며 중국 견제를 강조한 가운데,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이후 가장 높은 서열의 인사를 북한에 보내며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동아시아의 강대국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춘 진영 다지기에 나서면서 한반도 안보는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모습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 및 다자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1일 가진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중국 견제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일본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9년만에 연설을 가졌다면서 "중국의 현 상황이나 군사 동향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모두가 미국의 리더십을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 도움 없이 미국이 혼자서 할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며 "일본은 세계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하겠다.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 안보와 관련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날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양자 및 다자 간 안보협력을 강조한 일본이 사실상 기존 방위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인데, 평화헌법 체제 하에서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전범국가를 넘어 정식 군대를 보유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고 싶은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 11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아래쪽) 일본 총리가 지난 2015년 아베 총리 이후 9년만에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언급하면서 무기 수출 족쇄를 벗어던지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일본은 앞으로도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며 "미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국이 없으면 우크라인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의 이 발언에 대해 미국 인사들의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신문은 "의원 대부분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 옆에 있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은 이 발언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 및 무기판매의 기반을 마련해주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는 이날 연설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강화되면서 안보 외에 과거사 등의 사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남북 역시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이던 북한은 이번에는 중국과도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자신들의 초청에 따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1일 평양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자오러지 위원장은 북중 수교 70주년인 지난 2019년 시진핑 국가주석 이후 북한을 방문한 최고위급 중국 인사다.

통신은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이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중화인민공화국사이의 외교관계설정 75돐이 되는 뜻깊은 올해를 '조중친선의 해'로 선포하신 두 당,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전통적인 조중 친선관계를 가일층 승화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되였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또한 호상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였다"고 밝혀, 양측이 한반도 정세 및 안보 상황 등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 11일 자오러지(왼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 이후 가진 환영 연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동신문=뉴스1

중국은 당초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다소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자오러지의 방북을 통해 북한‧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자국 견제에 대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지난 9일 왕이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베이징에서 만나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아태지역에서 정치‧군사 동맹을 통해 역내 안보를 훼손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양측은 안보리 대북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중국은 거부권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기권을 택하면서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 왕이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일방적인 제재는 협박행위"라며 "국제법 위반이며 공정하고 합법적인 국제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일방적인 제재 행위에 반대한다면서 "모든 국가들이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장은 유엔총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1일 열린 총회에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가 대북 제재 체제의 한도 개편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서 패널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결의안에 일몰 조항을 넣어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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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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