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해 야당이 200석에 육박하는 대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의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교 분야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면서 "국회의 승인이 필요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외정책 구상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미국, 일본과 긴밀한 안보협력 및 북한에 대한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메이슨 리치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가 "윤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을 감안할 때, 그는 여전히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외교 정책에 집중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벤자민 엥글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교수가 "국회는 외교 정책에 관해서는 매우 약하다. (대통령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불평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좋든 나쁘든 정치적인 이유로 바꿀 의사가 있지 않는 한 (기존 정책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한국의 강력한 대통령직은 윤 대통령에게 외교 정책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권한을 주었다"며 "윤 대통령은 그의 나라를 한국의 이전 식민지 지배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오랜 동맹국인 미국에 훨씬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그 힘을 사용했다"면서도 "부정부패, 당내 분열, 극심한 인신공격 의혹이 주를 이뤘던 선거에서 외교정책은 주요 이슈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로 윤 대통령의 국내 입지가 흔들릴 경우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선거 결과는 동맹국과 적국들에게 새로운 외교 정책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선거 결과는 미국, 일본과 관계를 극적으로 강화하고 북한에 더 강경한 노선을 취했던 윤 대통령이 그의 마지막 임기 3년에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한다"라며 "국내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다시 통제되는 가운데 국내 의제를 추진해야 하는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로 한국의 보수 지지자들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그런 의구심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우방국들, 심지어 적국도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방향이 유효기간을 가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운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년 동안 대체로 30%대 중반을 유지해 왔다"며 "약 1년 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고,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그건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한국 경제는 지난해 다른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속도로 성장했고, 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대통령 후보로서, 윤 대통령은 어퍼컷을 날리며 부패를 근절하는 검사로서 정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재임 중 2200 달러의 디올 가방을 선물로 받았던 그의 아내인 김건희를 조사하라는 국회의 시도를 막았다"며 윤 대통령의 이중적인 잣대가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정권)심판'은 야당의 논평을 통해 공통적으로 다뤄진 주제였는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윤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 관리와 그의 부인이 디올 가방을 선물로 받았을 때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것에 집중해 선거 운동을 벌였다"며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총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영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윤 대통령이 투표할 때 불참했다"며 "이는 그(김건희)가 대통령과 여당에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됐다는 일부 분석가들과 야당 의원들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FP> 통신은 "당초 민주당이 선거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는데, 이는 윤 대통령 탄핵의 물꼬를 텄을 것"이라며 "그러나 다음날 오전 야당 의석 수가 이에 필요한 200석에 못 미치면서 이러한 구상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12~1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새롭게 구성된 조국혁신당의 부상은 거대 양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의 규모를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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