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11개 선거구를 모두 석권한 이후 20년 만에 실시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북 10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자를 배출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11개 선거구에서 통합민주당 9석 무소속 2석(이무영,유성엽),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9석, 무소속 1석(유성엽), 통합진보당이 1(강동원)석을 각각 차지했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2석에 그친 반면에 국민의당이 7석, 새누리당 1석(현 국민의힘 정운천의원)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 났고, 10개 선거구로 치러진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다시 민주당 9석을 차지(무소속 이용호의원) 하면서 다시 1당 독주 시대를 열었다.
20대 총선에서만 국민의당이 전북의 주류당의 위치를 잠시 차지했다가 지난 21대 총선 이후 다시 민주당이 전북에서 제1당의 위치를 회복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전북의 현안은 대표적인 새만금사업을 필두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전주을에서 당선된 후 21대는 국민의힘 비례의원이던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22대 총선에서는 다시 전주을에 도전하면서 '함거유세'와 '혈서 선거운동'까지 펼쳤으나 고배를 마셨다.
정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오직 전북'이라는 머리띠를 하고 전북발전을 위해 여당 후보 1명이라도 전북을 대표하는 국회에 보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정권심판'을 바라는 민심에 외면 당했다.
정 후보는 "지난해 새만금사업 예산의 대폭적인 삭감 때에도 전북을 대변할만한 여당 의원이 없었기에 그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대통령에게 직언을 통해 전북발전에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총선 직전인 지난 9일,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여당 의원이 1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고 "그동안 정운천 의원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면서도 "여당 의원이 하나 둘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라도 원팀으로 움직인다면 지역을 챙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전북도당은 21대 총선 때에도 '원팀'을 강조했었지만,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전북은 수난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같은 펜데믹시대를 거치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지만 민주당 집권시기를 거쳐 21대 총선에서 전북에서 9석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며 민주당 전북도당의 대표 공약인 '남원 공공의대' 설립에 실패했다.
전북에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해 있지만 이를 연계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전북제3금융중심지' 지정 역시 하 세월이다.
새만금사업은 어떤가?
2023년 하반기를 돌이켜보면 과연 '전북과 전북도민을 대변하는 정치가 존재'하는지 따져 물을 수 밖에 없다.
2017년에 전북발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유치했던 새만금잼버리대회는 전반적인 대회준비 부실로 드러나면서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한 채 파행으로 종료됐다.
그 여파인지 우연인지 정부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빅피쳐'를 다시 그리겠다며 2024년 새만금 주요SOC예산을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인 5100억 원이나 깎았으며 잼버리 부실의 책임 소재를 밝히겠다며 대대적인 감사원 감사에 착수했다.
집권여당은 연일 전북도를 향해 "잼버리를 빌미로 국가 예산 11조 원을 빼 먹었지만 잼버리대회는 부실투성이였다"면서 전북도의 책임을 물고 늘어졌다. 이 때문에 전북 도민들은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급기야 수 천여 명의 도민들이 국회 앞에 몰려가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하면서 '새만금예산의 원상복구'를 외쳤지만, 처음에는 새만금 예산의 원상 복구 없이는 예산심의에 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민주당은 슬그머니 예산 합의를 해줬고 새만금 예산은 원상 복구는 커녕 당초 삭감 예산의 60% 수준인 3000억 원만 복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전북의 여야는 '0.3조 원을 증액'했다면서 대대적인 홍보와 자화자찬을 하고 나서, 원상 복구를 기대했던 전북도민들의 정서와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주을에 재도전한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전북의 국회의원 10명 모두가 민주당이 되면 전북은 또다시 고립된 섬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렇게 되면 "정부 여당은 전북을 포기하게 되고 전북은 민주당 1당 독주의 시대로 후퇴해 17개 시도간의 경쟁에서 밀려 소멸될 수 밖에 없는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심의 선택'으로 예상대로 전북 10개 선거구를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도당위원장은 선거일 하루 전에 이렇게 말했다.
한 위원장은 "야당이라도 원팀으로 움직이면 지역을 챙길 수 있고 대광법 같은 지역 현안 해결에 야당의 힘만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다.국민이 힘을 주면 우리 단독으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며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전북 현안 해결에 "여당 의원이 없어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22대 총선 결과는 전북 10개 선거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전반적인 정국 분위기는 '윤석열 정권 심판'에 이은 '윤석열·한동훈 특검, 김건희 특검 실시 여부'에 온 국민적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게 됐다.
그 와중에 민주당 전북 당선자들은 '전북 발전을 위한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첫 번째 부여되는 과제일 것이다
새만금을 두고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하지만 두 번의 집권 여당의 경험과 국회의석 180석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민주당의 책임이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정운천 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던진 말이 있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아묻따' 민주당 몰표의 피해는 결국 전북도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의 결과로 '전라디언'이라고 차별을 당하는 우리 아들, 딸들의 피해가 계속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말은 선거에서 낙선한 여당후보가 전북 민주당 10명의 당선인들에게 향후 4년의 임기 내내 되새기라고 던진 '축하 인사'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며 여당의원이 없어도 전과 달리 야당의원만으로 전북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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