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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남자(男子)’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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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남자(男子)’와 ‘수컷’

얼마 전에 ‘개’의 문화문법에 관한 글을 썼다. 과거에는 ‘개’라는 접두사가 원래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나 ‘모자라는 것’에 붙었는데, 지금은 ‘아주 좋다’는 의미로 바뀌었다고 했다. 물론 아직 이런 것이 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젊은이들은 모두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개좋아!”, “개미쳤어(아주 잘한다, 대단하다는 의미로 쓰임)”, “개멋있어!” 등과 같이 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베이비 부머 세대와 현대의 젊은이들과는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에 일본 순사를 ‘개나리’라고 부르던 것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상당히 유명한 TV 프로그램 중에 ‘동물과 관련된 신기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든 것들이 많다. 사실 필자도 상당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들 속 썩이는 것보다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각종 시름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반려동물’을 지나치게 사람 취급한다는 것이다. 물론 각종 동물 중에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놈들도 많다. 말귀를 알아듣고 물건도 가지고 오는 등 잘 훈련된 것을 보노라면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여기서 조련사나 견주(혹은 묘주 등)의 언어가 문제다. 개나 고양이를 모두 사람처럼 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남자가 몇 마리, 여자가 몇 마리(혹은 몇 개) 하는 식으로 말하고, 조련사도 똑같이 대화하고 있었다.

남자와 수컷은 개념이 다르다. 남자(男子)는 “남성의 성(性)을 지닌 사람”, 혹은 “통이 크고 대범하며 시원시원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상남자’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예문으로는

태호는 과연 남자구나!

태호는 어쩌면 남자가 저렇게 데데할까?

와 같이 쓴다. 그래서 ‘남자’라고 하면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짐승에게는 그에 맞는 말이 있다. 그은 바로 수컷이라고 한다. ‘수컷’은 “암수의 구분이 있는 동물에서 새끼를 배지 아니하는 쪽”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개나 고양이나 여타의 짐승들은 수컷이라고 해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과거에 ‘숫(숳)’으로 쓰던 것을 몇 개만 제외하고 모두 ‘수’로 쓰도록 하였다. 우선 ‘수’가 들어가는 단어들을 보자.

수캐(수ㅎ개) 수컷(수ㅎ것) 수탉(수ㅎ닭) 수캉아지,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 수퇘지

(참고 : 암캉아지, 암캐, 암컷, 암키와, 암탉, 암탕나귀, 암톨쩌귀, 암퇘지, 암평아리)

등의 단어에는 과거에 사용하던 ‘ㅎ’의 음가가 살아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수’만을 사용한다.

수소, 수호랑이, 수토끼, 수용, 수뱀, 수말, 수고양이

등과 같이 ‘ㅅ’이나 ‘ㅎ’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경우에 모두 ‘수’를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다만 수소라고 했을 때 산소, 질소 등과 헷갈릴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동음이의어로 보아 문맥에 따라 뜻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숫’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숫양, 숫염소, 숫쥐

는 국립국어원에서도 ‘숫’으로 쓸 것을 인정했다. 그러다 보니 발음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숫소가 아니라 '수소'이므로 발음도 [수소]로 해야 한다. ‘수사슴’도 ‘ㅅ’이 없는 관계로 발음은 [수사슴]이다. 암수 구분에 따라 수사슴, 수소 등의 표기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규정이 그러하니 따르는 것이 좋다.

사람과 동물은 단어에서부터 차이를 둔다. 반려동물을 아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직 표기법에서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으니 구분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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