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개인 사생활 정보 등을 폐기하지 않고 대검 서버에 저장해 조직적으로 관리 및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임의제출, 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 등에 담긴 범죄와 관련이 없는 정보를 대검 디지털수사망(디넷)에 불법 보관, 관리했다는 의혹은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의 폭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관심을 보이면서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될지 주목된다.
24일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는 지난 2011년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보도를 했다가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당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12월부터 12차례에 걸친 전자 정보 압수 과정을 참관했는데, 그 과정에서 수사 검사의 '지휘' 공문을 촬영했다. 해당 공문에는 "휴대전화에 기억된 전체 정보를 복제한 파일을 대검 서버(업무등록시스템) 에 등록하고 보존하라"는 항목에 체크 표시가 돼 있었다. 이 기자는 참관 과정에서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들이 실제로 대검 서버에 업로드 된 화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가 이를 문제삼고 수집된 정보 삭제를 요구하자 검찰 측에서 "대검 서버에 저장된 휴대전화 정보를 삭제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시 휴대폰이나 PC에 있는 디지털 정보의 경우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정보만을 압수하고 관련 없는 정보는 삭제‧폐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검찰이 수사 외 정보를 서버에 별도 저장, 보관해 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이 기자는 "사건과 관련 없는 휴대전화 정보들이 대검 서버에 저장돼 있다가 별건 수사나 제3의 사건 수사, 다른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된 사례 등이 이미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불법 승계 혐의’ 사건 재판에 증거로 사용된 이른바 '장충기 문자메시지'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 휴대전화를 압수해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까지 통째로 대검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가, 이 회장 불법 승계 혐의 사건 수사팀에 '문자메시지'를 넘겨줬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를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이 강제 수사 과정에서 다른 수사 대상자나 참고인의 '개인 정보'를 광범위하게 보관, 활용하고 있는지 여부, 이같은 관행이 언제부터 이어져 왔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되면서 이 사안은 '검찰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5일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관리하면서 불법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의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적으로 쌓아놓은 컴퓨터 파일 캐비닛을 이용해 검찰 독재의 무서운 칼날로 쓰고 있었다"며 "불법적인 일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아주 대놓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용해인 의원도 "윤석열 정치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질서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의 '검찰 캐비닛 시즌2'를 철저하게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야 3당'을 주축으로 '윤석열 정치검찰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조국혁신당도 조국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도구 '디넷'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뜻을 같이하는 야당과 함께 검찰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민간인 불법 사찰 행위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예규를 만들어 공공연하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공화국'을 만들 준비를 미리미리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야권이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제 2의 검찰 개혁' 추진을 목표로 이번 의혹을 집중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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