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병역 기피'로 간주하며 공천에서 배제한 가운데, 국제앰네스티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후보자 등록 자격을 제한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면서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하여 후보자를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15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후보자 등록 자격을 제한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실이 '후보자 부적격 사유'로 규정되고, 이로 인해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결정하는 것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세계인권선언 제18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에서 보장하는 권리"라며 지난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제5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년 위 법률이 제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들은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를 제공받지 못하고 병역법으로 처벌되어 실형에 처해졌다. 이는 유엔자유권위원회가 반복적으로 한국정부에 권고해 온 인권침해 사안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5조(정치 참여와 투표권)는 '어떤 차별이나 불합리한 제한 없이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선언한다"며 "일반논평 제25호는 이 규약에 대해 '선거권 박탈의 근거는 객관적·합리적이어야 하고,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근거가 될 경우 정지 기간은 범죄와 형량에 비례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은 한국 정부가 자유권규약 제2조 제1항에 따라 "자국의 영토 내에 있으며, 그 관할권 하에 있는 모든 개인에게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규약에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향유하도록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며, 여기에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모두가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정당이 국제인권규범에 근거하여 후보자를 선출할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을 대표하여 입법 권력을 가지는 국회의원은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절차를 통해 선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3일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사회 측 추천 후보였던 임태훈 전 소장을 '병역 기피'를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임 전 소장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로 규정한 데 이의를 제기했지만, 더불어민주연합은 이같은 이의 신청을 한 시간여 만에 기각했다.
이를 두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준 법률이 이미 2019년 제정된 상황에서 임 전 소장의 병역거부가 공천 탈락의 이유가 될 수 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이 법률이 2018년 기존 병역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오면서 제정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불어민주연합의 이같은 판단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임태훈 소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인 지난 2019년 1월 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 등에 기여한 공로로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의 제기 신청이 기각된 직후인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 "대한민국은 이미 대체복무를 인정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병역기피와 구분하는 선진제도를 갖춘 나라"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이유로 정당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은 제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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