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년이면 서너 번 정도 신임 기자 교육을 한다. 때로는 시민기자 교육도 하고, 시인 등단하려는 사람들에게 특강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본인의 글을 쓰라는 것이고, 추측성이나 남의 글을 함부로 인용해서 쓰지 말라고 한다. 요즘도 관공서에서 나오는 보도 자료를 토씨 하나도 안 바꾸고 그대로 보도하는 기자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글로 보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기자들도 있다. 필자는 오늘 아침 기사를 보고 놀라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전혀 문맥이 맞지 않아서 누가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화도 났다. 신문 기사는 제목을 잘 잡아야 한다.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글의 내용을 짐작하기 때문에, 제목을 잡는 것이 80%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사직 후 해외여행 가려면 전공의 황당...“군대 안갔다고 출국금지” 반발
이것이 오늘 아침 유명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다. 팔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독자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해외 여행 가려면’이라고 써 있어서, 뒤에 뭐가 필요한 것이 나올 것인가 하고 기대를 했는데, 연결된 것이 ‘전공의 황당’이라고 써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제목이다. 또 한 군데 틀린 곳이 있는데, “군대 안갔다고 출국금지”라고 한 것이다. ‘안’은 부정 부사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한다. 그러므로 ‘안 갔다고’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대한민국의 일류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가 이 정도라면 다른 소규모의 신문사들은 어떨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사실 시청 브리핑 룸에 가 보면 소규모의 인터넷 신문사 가자들이 참으로 많다. 그들 나름대로 고생하면서 열심히 쓰고 있는데, 대형 업체에서 이런 실수를 해도 되는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누군가 손글씨로 ‘해외여행 가려던’이라고 쓴 것을 대충 보고 생각 없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우리집 애들은 강아지(반려견)을 ‘댕댕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뜻인 줄 몰랐다. 그냥 개를 애칭으로 그렇게 부르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젊은이들이 모두 댕댕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할 수 없이 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멍멍이’를 휘갈겨 쓰면 ‘댕댕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빔면’을 외국인들이 왜 ‘네넴띤’이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흘림체로 쓴 것이 얼핏 보기에는 정말로 ‘네넴띤’처럼 보였다. 이제야 조금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즐토(즐거운 토요일)’, ‘불금(불같이 타오르는 금요일)’ 등과 같이 축약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즐’ 자를 옆으로 눕히면 ‘KIN’이 된다고 이런 표현을 즐겨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한때의 언어유희에 불과한 것이다. 아무리 유행이 그렇다고 해서 신문 기사 제목에서 ‘가려던’을 ‘가려면’으로 써서야 말이 되는가?
먼저 ‘…려면’의 쓰임을 살펴 보자.
먼저 집에 가려면 음식값은 다 내고 가.
이런 집을 사려면 최소 5억은 있어야 해.
와 같이 “어떤 행동에 대한 의도를 나타내면서 그것 뒤 절에 대한 조건이 됨을 나타내야 한다. ‘…려던’은 ”어떤 행동을 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해외여행을 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려던’을 써야하는 문장이었다. ‘…려던’의 예문을 보자.
태호는 태국 여행을 하려던 참이었다.
엄마는 자려던 삼순이를 깨워 심부름을 시켰다.
와 같이 ‘어떤 행동을 할 의도’을 담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인쇄된 글을 믿으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또한 뉴스라면 믿고 싶어 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 신뢰를 받아 왔다는 것이다. 언론의 제3의 권력이라고도 한다. 기자는 그런 막중한 책무가 있는 소중한 직업이다.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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