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을 전할 때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어휘를 선택해서 써야 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듣고 따라하기 때문이다. TV를 보면서 때로는 자막 넣는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함부로 말을 전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다. 오락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물론 드라마라는 것의 특징상 현대에 많이 쓰는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나 그래도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것을 쓰는게 좋다. 우리말의 특징이 말하는 것(구어)과 쓰는 것(문어)가 다르다는 것도 맞다. 예를 들면 말할 때는 “야, 너 일루 와.”라고 하지만, 쓸 때는 “야, 너 이리 와.”라고 쓴다. 말할 때는 “노나 줘”라고 하고, 쓸 때는 “나눠 줘”라고 쓴다. 구어와 문어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송의 특성상 가능하면 바른 표현을 썼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소망이다.
지난 번에 잘못 쓰고 있는 존대법에 관해 썼는데, 또 다시 귀에 거슬리는 말이 방송에서 들려 왔다. 우리가 자주 보는 드라마에서 나온 말이다. 연기자는 그것이 틀린 말인 줄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한의원에서 간호사와 환자와의 대화 중에 나온 말인데,
“약침까지 해서 2만 6천 원 나오셨습니다.”
라고 하였다. 진료비가 사람이 아닌데, 어쩌자고 “나오셨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며칠 전에는 같은 드라마에서
“병실까지 이동하실 거구요.”
“병실까지 이동하실게요.”
“자리 좀 옮길게요.”
라고 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요즘 젊은이들이 하는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데, 듣는 늙은이(?)들은 모두 귀에 거슬렸을 것이다.
“00호로 이동하세요.”
“00호로 이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되는 것을 굳이 왜 저렇게 표현하나 의문이다. 이러한 표현이 마치 표준어처럼 쓰인 것은 오래 되었다. 아주 오래 전에 골프장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치실게요.”라고 해서 매우 놀랐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표현이 대중화되었다.
“먼저 계산하시게요.”
“앞에 가실게요.”
와 같은 표현은 이제 예사말처럼 들린다. “먼저 계산하시겠습니까”, 혹은 “앞에 가시지요.”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인데, 세상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격식에 맞지 않는 존대법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귀먹으셨어요.”도 “귀잡수셨어요.”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어찌해야 좋을까? ‘귀가 막히다’에서 유래했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알려줄 수도 없는 일이니 걱정이다.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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