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죽인 회사가 어떻게 무죄일 수 있나. 어느 누가 이 부당함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겠나."
故 김용균 씨 5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5주기 추모대회에서 "정부가 진상규명을 밝혔음에도 대법원은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의 피나는 노력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법원의 판결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법원은 우리가 가는 길을 결코 막을 수 없고, 이 기막힌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기 위해 우리가 막힌 길을 뚫고 열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또 "비정규직들의 처우를 바꾸는 산업안전보건법도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억울한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가 보다"라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2년 유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도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재 현황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유예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던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이 입 발린 소리요, 국민을 기망한 말장난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노동자 목숨은 모두 하나"라며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법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을 차별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추모대회 참석자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일하다 죽지 않게 책임자를 처벌하라! 모두가 안전하게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쳤다.
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 씨는 2018년 12월 11일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의 사망으로,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제정돼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또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됐다.
그러나 고 김 씨 사건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김용균 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7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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