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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으로 탄생한 태백시, 43년만에 탄광으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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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으로 탄생한 태백시, 43년만에 탄광으로 몰락?

폐광도시·소멸 고위험도시…대체산업 유치 실패 논란

전국 유일의 탄광도시(鑛都) 태백시가 개청 43년 만에 탄광이 모두 사라진 폐광도시로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탄광으로 생성된 도시가 탄광으로 몰락하는 아이러니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태백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 정문. '즐거운 일터 새장성 건설'로 단장된 장성광업소는 내년 폐광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프레시안

30일 태백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81년 7월 1일 강원도 삼척군 황지읍과 장성읍을 합쳐 11만 4095명의 ‘광도’ 태백시를 출범시켰는데 당시 탄광 수는 덕대(하청탄광)를 합쳐 51개 광부 수는 2만을 넘겼다.

당시 태백시 지명은 ‘클 태(太)와 흰백(白)’을 사용했는데 크고 밝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지명은 태백산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군 당시 장성읍은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와 강원탄광 등의 영향으로 1961년 읍으로 승격했고 함태탄광 등 황지권 탄광개발로 황지출장소는 1973년 황지읍으로 승격된바 있다.

1975년 말 장성읍 인구는 5만 6074명, 황지읍 인구는 6만 1012명으로 11만 7087명에 달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석유파동과 연탄파동을 겪으며 ‘국민연료’ 연탄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무연탄 증산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탄광도시 태백은 정책적인 배려로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무연탄의 효율적인 수송을 위해 태백선과 정선선 등의 철도를 일찌감치 개설한 정부는 태백시 개청이후 광동댐 건설과 학자금 지원, 사택제공 등의 기본적인 지원을 확대했지만 탄가루는 1980년대 말까지 날렸다.

특히 1987년 11월 당시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대통령후보가 태백에서 ‘광부임금 2배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은 탄광도시 태백에 ‘장송곡’같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2019년 폐광한 민영탄광 태백광업 갱구모습. 정화되지 못한 시뻘건 갱내수가 흘러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

정부가 1989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을 시작하면서 태백 탄광촌은 폐광도시로 추락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12만이 넘던 태백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주유종탄’정책으로 돌변하고 1995년까지 진행된 1단계 폐광정책으로 50여 개에 달하던 탄광은 5개로 인구는 6만 4877명으로 감소했다.

폐광정책이 가속화하면서 지난 2012년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5만 인구가 붕괴되었고 다시 10년이 지난 2022년에는 4만까지 무너지며 도시존립기반이 휘청거린다.

지난 2019년 마지막 남은 민영탄광인 태백광업이 폐광한 뒤 2024년 6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까지 문을 닫으면 탄광도시로 출범한 태백시는 탄광 없는 폐광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11월 현재 3만 8720명의 태백시 인구 중 65세 이상은 29%(1만 1213명)에, 1인 가구도 총 2만 253세대 중 48.2%(9776세대)를 차지해 폐광촌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아울러 1995년 민선시대를 맞아 태백시는 ‘탄광에서 관광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4400억 원을 들여 골프, 스키, 콘도를 갖춘 오투리조트를 개장하고 2100억 원을 들여 안전체험테마파크를 조성했다.

그러나 무리하게 리조트 사업을 추진한 태백시는 일본 유바리처럼 추락했고 365세이프타운과 각종 관광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태백은 ‘실패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지난 2019년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열린 대정부투쟁 선포식. ⓒ프레시안

특히 ‘폐광지역의 희망’으로 2000년 10월 문을 연 강원랜드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고한사북과 달리 태백지역의 ‘강원랜드 효과’는 미미하다.

전 태백시의회 의장 A씨는 “장성광업소가 폐광하면 장성지역 상권이 몰락하고 주민들도 심리적으로 커다란 공황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폐광대책을 수년 전부터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태백시와 시의회는 지금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정연수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탄광도시로 탄생한 태백시의 명칭과 탄광도시라는 정체성을 잃는 점에 안타깝다"며 "장성광업소의 의미있는 시설들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미래세대들이 과거 경제개발시대, 에너지 원동력으로 , 산림녹화, 등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정신이 계승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백 강원연료 연탄공장에서 생산된 연탄을 차량에 싣고 있는 모습. 전국에 1000여 개가 넘던 연탄공장이 이제는 17개로 감소했지만 연탄난방을 하는 가구는 아직도 10만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시안

원기준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사무총장은 “탄광도시로 탄생한 태백시가 장성광업소 폐광을 끝으로 탄광도시로 막을 내리게 됐다”며 “늦었지만 태백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인강 대한석탄공사 노조위원장은 “내년 정성광업소 폐광을 생각하면 태백에서 태어나 석탄공사 소속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만감이 교차한다”며 “조합원 이익과 함께 지역의 이익에도 한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해광업공단은 장성광업소 갱구를 수장하는 광해대책을 제시하는데 용납할 수 없는 방안”이라며 “더 많은 조합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저 갱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과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949년 7월 출범한 대한석탄협회는 1960년대까지 국내 최고의 경제단체를 자랑했지만 급격한 폐광이후 2023년 현재 회원사 1곳, 특별회원 1곳 연탄공장 회원사 4곳만 남은 단체로 전락했다.

▲태백시 황지동 속칭 바람부리 언덕에 위치한 산업전사위령탑 전경. 이곳에는 탄광 등에서 순직한 산업전사 4100여 위의 위피가 안치되어 있다. ⓒ프레시안.

대한석탄협회 관계자는 “국민연료 생산과 국가경제 발전 및 산림녹화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석탄산업이 밀려나면서 석탄협회도 위상이 추락한 셈”이라며 “탄광도시 태백의 몰락에 아쉬움도 남지만 역사로 보전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동단체 중 전국에 막강한 조직을 자랑했던 전국광산노동조합연맹도 올해 초 청산절차를 밟고 있으나 사실상 해체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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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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