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푸르메소셜팜에 입사한 이윤호(27‧가명) 씨가 최근 혼자만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얻었습니다. 여주역 인근의 청년주택을 분양받아 지난 10월 새 아파트에 입주한 것입니다.
윤호 씨의 고향은 대구입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일하기 전까지 대구를 벗어난 적도, 혼자 살아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자립은 그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대구대학교 K-PACE센터(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를 다닐 때 자취하는 친구나 후배들 집에 놀러 다니면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아버지 이원희(가명) 씨는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홀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꿈을 이룬 것은 푸르메소셜팜에 다니면서부터입니다. "여주에서 혼자 살더라도 푸르메소셜팜을 다니고 싶다는 윤호의 의지가 강했어요.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도 안심하고 윤호의 자립을 응원할 수 있었지요."(아버지 이원희 씨)
직장을 찾아 대구에서 여주로
멀리 대구에서 푸르메소셜팜을 알게 된 것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아버지 이원희 씨는 우연히 지난해 6월 방영된 KBS1 <다큐온>에 나온 푸르메소셜팜의 모습을 보고 윤호 씨에게도 시청하기를 권했습니다. 당시 윤호 씨는 대학 졸업 후 세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계속 옮겨 다녀야 했고,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비장애인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직장에서 남들과 다른 시선을 받는 것도 윤호 씨에게는 상처가 됐습니다.
그렇게 보게 된 <다큐온> 방송에는 뜻밖의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대구에 살며 대구대학교를 함께 다녔던 임의혁 씨였습니다. 푸르메소셜팜에 다니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여주로 올라가 살고 있었죠. 그를 본 윤호 씨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친구가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지원했어요. 따로 연락하진 않았는데, 면접 보러 가서 일하고 있던 의혁이랑 마주쳤어요. 응원을 많이 해줬죠."
든든한 새 보금자리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여주에 거주할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찾으려니 마땅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 의혁 씨 어머니가 현재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공실이 있으니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입주한 청년주택 역시 의혁 씨 어머니 덕분에 정보를 알게 됐죠. 덕분에 멀리 아들을 보내놓고 불안했던 아버지 원희 씨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단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의혁 씨 어머니께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윤호 씨는 홀로서기가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됐답니다.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 제가 더 발전하고 있다고 느껴요."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 이사해서 가장 좋은 것을 물으니 "관리비가 줄어서 좋다"고 얘기합니다. 돈 관리를 혼자 할 수 있을지 가장 걱정이었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푹 놓게 만드는 말입니다. "자립 초기에는 모바일 결제가 서툴러서 관리비나 도시가스비 등을 낼 때마다 봐줬는데, 서너 달쯤 지나니 혼자서도 잘하더라고요."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이 필요한 이유
아버지 원희 씨는 지난 1년간 윤호 씨에게 나타난 변화들이 놀랍고 반갑습니다. "조금 소심한 면이 있었는데, 푸르메소셜팜에 입사해 자립을 시작하면서 자신감과 책임감이 커졌어요. 예전 같으면 못 한다고 포기하거나 의기소침했을 일들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물어가며 시도하고 해결해 나가요. 안정적인 직장과 자립생활 덕분입니다."
윤호 씨 스스로도 변화를 느낍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얘기하고 장난도 쳐요. 저랑 비슷한 동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팀장님과 작업 지도 선생님들도 처음에 일도 느리고 서툰 제가 잘할 때까지 도와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고마웠어요."
오후 1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윤호 씨는 오전에는 푸르메소셜팜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월요일에는 요리, 수요일에는 보석십자수와 탁구, 금요일에는 미술 수업을 듣습니다. "십자수랑 미술이 재밌어요. 제가 손에 힘이 없고 감각이 부족한데 그 부분을 채워주거든요."
아버지의 바람
꼭 필요한 생활비 외의 돈은 결혼과 내 집 마련 등 미래를 위해 적금을 붓고 있다는 윤호 씨. 그 모습을 보니 "욕심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는 아버지 원희 씨의 바람이 결코 욕심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윤호는 걷고, 말하고, 쓰는 모든 게 늦었던 아이예요. 중학교 2학년 때 뒤늦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참 힘들었지요. 장애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저에게 윤호는 정말 소중하고 아픈 손가락입니다."
당연한 바람을 욕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윤호 씨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아버지는 이제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합니다. "푸르메소셜팜이 있어서 참 다행이죠. 제가 겪어보니 장애인에게 자립은 꼭 필요해요. 더 많은 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제 관념과 자립생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장애청년들에게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사회의 한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의 장입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적 자립까지 이룰 수 있도록 푸르메재단이 늘 함께하겠습니다.
*위 글은 비영리공익재단이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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