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당 의원들에게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참으로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란 큰 그릇을 스스로 잘 지켜내고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정말로 몸가짐, 마음가짐, 행동과 말을 철저하게 잘 관리해야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당 최강욱 전 의원의 여성 폄하 발언으로 민주당이 한꺼번에 지탄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의원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 것이다.
이 대표는 "모두가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께서 정치에 큰 불신과 불만을 갖고계신다"며 "그 안에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언제나 오만, 교만이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교만하다, 폭주한다, 일방적이다' 이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좀더 노력해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치에 참여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본의와 다르게 평가된 경우도 많이 겪어봤다"며 "그러나 말이라는 것, 행동이라 하는 것은 결국 상대가 듣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어서 내가 억울하다 생각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게 바로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금까지도 잘해주셨고 잘할 것이라고 믿지만 좀더 신중하게 낮은 자세로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주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 이 대표는 "앞으로 아마도 총선이라는 큰 정치 행사를 앞두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분열 상황이 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당헌‧당규, 시스템 공천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원칙적으로 정해진 바대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당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공정 공천'에 대한 우려가 새어나오자, 우려를 불식시키고 당 내 통합을 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비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 의원 몇 분이 부당하게 언론으로부터 공격받는 게 있어서 공개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여성 폄하 발언에 대해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묵인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여성 의원들을 대신해 적극 반박에 나선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정말 훌륭하신 것이, 본인들이 '먼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나 공개발언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당에 도움이 안 되니 지도부가 먼저 처리해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액션(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자나 전화를 많이 주셨다"며 "여성 의원들이 정말 현명하게 일을 잘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드러나지 않는다고 아무런 것을 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면 오해"라며 "오리는 잔잔하지만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처럼 정말 역할을 많이 해주시고 걱정하시고 당에 부담을 안 주기 위해 지혜를 모아주셨기 때문에 여성 의원들이 침묵하고 눈치 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란 것을 언론인들이 알아주셨으면 고맙겠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최 전 의원에 대한 비상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을 신신당부했음에도, 당내 일각에서는 최 전 의원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 전 의원이 '암컷' 발언을 했을 당시 현장에 있던 민형배 의원은 이날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동물농장> 안에서는 그 말(암컷)이 문제가 안 된다"며 "일요일 오후에 행사를 했는데 화요일에 문제 제기가 나온 것은 공격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편 이날 의총 자유발언에서는 선거법과 관련한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 방지법을 강구하자는 주장과 함께, 병립형 회귀에 대한 우려를 표한 의원들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이날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오는 29일 다시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