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날아와 꽂혔어요. 이 정도면 사고가 아니라 살인미수 아닙니까?”
26일 오후 백영현 경기 포천시장과 서과석 포천시의회 의장, 강태일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장 등이 모인 자리에서 심각한 얘기가 오갔다.
지난 24일 영중면에서 일어난 민간인 차량 피탄 사고 때문이었다.
한 시민이 이날 저녁 6시20분께 영중면 43번 국도를 타고 야미리 방면으로 운전하던 중 차량 앞 유리에 5.56㎜로 보이는 군 소총탄이 날아와 박힌 것이다.
다행히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당시 인근 1km 거리에 영평사격장(미군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소총 사격 훈련이 있었다. 현재 군 당국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다.
그러나 포천시는 사고의 원인이 영평사격장이라고 본다.
지역 주민들이 오랜 기간 영평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사격 소음과 진동, 유탄과 도비탄(탄도를 이탈한 탄알) 사고로 피해를 당하고 있어서다.
이런 와중에 또 사고가 터지자 포천시와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에 이들은 이날 오후 5시 영평사격장 후문에서 사격 중지와 훈련장 이전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차원의 주민 설명회 개최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도를 달리던 민간인 차량에 탄두가 박히는 일이 생겼다”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 자리에 사람이 있었다면 불구가 되거나 즉사까지 할 뻔한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고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유탄·도비탄으로 발생한 피해가 확인된 건만 28건에 이른다”면서 “인근 논밭으로 떨어지는 횟수까지 따진면 피해 건수는 훨씬 더 많다”라고 덧붙였다.
백영현 시장은 “포천시민은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모든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군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사격장 폐쇄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이 없다면 더 이상 사격 훈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포천시는 조만간 국방부와 미8군 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아 철저한 진상 조사와 보상, 사격장 폐쇄·이전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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