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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찰 도입이 학교폭력 문제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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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찰 도입이 학교폭력 문제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

[기고] 10월 6일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과 대안

학교폭력을 경찰에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발언

지난 10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20여 명의 교사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교권 4법 통과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을 듣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그중 대통령의 발언 하나가 교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바로 학교폭력 문제 일체를 경찰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학교폭력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다.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라면서 학교 밖 사안은 경찰로 이관하고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건은 퇴직경찰이나 퇴직공무원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성명서를 냈고, 교육언론들도 대통령의 사이다 발언이라며 치켜세웠다.

학교폭력은 교사의 영역이 아니라는 오래된 주장

모든 학교폭력은 결국 폭력이고, 폭력은 경찰의 영역이라는 것이 그 주장의 핵심이다. 사실 이와 같은 주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은 교사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의 일이니 외부 전문가가 다뤄야 한다는 주장은 학교폭력법 제정 당시부터 20년째 이어져 왔다. 학교폭력은 심리 상담의 영역이니 심리 상담전문가가 나서야 한다거나, 학교폭력은 분쟁조정의 영역이니 분쟁조정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등이 계속 있었다. 이런 주장이 등장할 때마다 교사들은 침묵하거나 내심 반겼다.

교사들의 묵인 속 통과된 학교폭력법

이러한 교사들의 묵인·동조 속에 2004년 학교폭력법이 통과되었다. 이때부터 학교폭력 문제를 교육에 문외한인 변호사, 경찰, 민간단체들이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모든 책임은 교사들에게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 경찰, 민간단체는 중재나 개입이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헌법에 의해 친권 일부가 위임된 교사들은 학생들의 보호자로서 어떻게 해도 학교폭력 문제의 책임을 벗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외부 전문가들은 자유롭게, 무책임하게 학교폭력 문제에 개입하고 교사들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전문가 행세를 해 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학교폭력은 정말로 교사들이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불능의 영역이 되었다. 한 해에 300여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이 죽음들은 학교폭력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서이초, 호원초 등에서 발생한 수많은 교사들의 자살 역시 학교폭력 문제를 둘러싼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이 있다. 20년 전 우리 교사들이 눈감은 학교폭력법이 교실을 해체하고 이제 교사들마저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12일 서울시교청 주관으로 전국 각 학교에서 열렸다.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 문제지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업무를 경찰에 이관하겠다는 소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제 모든 학교폭력 업무를 경찰에 이관하려 한다는 소문이 교사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정확히 "학교 밖 학교폭력은 경찰이 맡고, 학교 안 학교폭력은 퇴직경찰이 맡도록 하는 방안", 즉 '학교경찰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학교 밖 학교폭력은 이미 경찰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경찰의 학교폭력 가해학생 검거 인원이 6만4682명이다. 한해 평균 1만3000여 건, 하루 평균 35.4명이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학교 밖 학폭 뿐 아니라 학교 안 학폭도 경찰로 갈 만한 사안은 이미 경찰로 대부분 가고 있으니 별반 달라질 바가 없다.

학교경찰법은 학교폭력법의 일부가 될 것

학교에 현직 경찰을 파견하자는 학교경찰제 논의는 이미 20년 전에 있었다. 학교경찰제(현직경찰)는 '스쿨폴리스(퇴직경찰 및 공무원)'로, 다시 '배움터지킴이(노인일자리)'로 명칭과 위상이 격하되었다. 그리고 배움터지킴이는 2013년 학생보호인력이라는 이름으로 학교폭력법 안에 근거를 가지게 됐다. 노인들에게 학교가 소정의 봉사료를 지급하여 정문 경비 등을 맡기는 제도가 현재의 배움터지킴이다.

현재의 학교폭력법을 그대로 둔 채 학교경찰법을 만든다면 학교경찰법은 학생보호인력 즉 배움터지킴이에 대한 법이 될 것이다. 배움터지킴이는 교원자격이 없고 자원봉사자 신분이다. 그들에게 학교폭력 업무를 맡기면 안 된다. 배움터지킴이의 지위를 학교경찰로 올려 퇴직 경찰로 그 자리를 채우는 게 가능하더라도 학생보호를 강화하는 정도 역할에 그칠 것이다.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경찰에 보내고 싶은 이유

경찰이 학교폭력 업무를 맡는다는 것은 경찰이 곧 교사이며 교육청이 된다는 것인데 현재 법으로는 어림없다. 더구나 학교폭력 대부분인 언어폭력, 따돌림은 경찰의 수사 대상조차 될 수 없다. 교사들이라고 이런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학교폭력을 경찰이 가져가 주기를 바라는 이유는 학교폭력법이 교사의 역할을 마치 경찰처럼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법은 상해, 폭행, 약취유인 등 형법의 용어로 가득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력으로 범위를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해 놓았다. 오죽하면 '외계인이 째려봐서 기분이 나빠도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부 매뉴얼도 증거 수집·진술 맥락 파악·정황 증거 파악·혐의없음 등 법률 용어로 가득하다. 그런데 교사에게는 경찰 같은 수사권이 없고, 잘못하면 학폭법, 아동학대법, 학생인권조례 위반으로 줄소송을 맞는다. 즉 학교폭력 문제를 교사가 다룰 수 없게 만들어 놓았는데 이럴 바에는 경찰이 가져가라는 것이다.

현재의 학폭법을 폐지해야 해결 가능

학교폭력법을 그대로 둔 채 어떤 법을 만들더라도 개악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의 학폭위 중심·가해자 처벌 중심의 학폭법은 폐지하고,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피해자 보호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경찰·변호사·법률 전문가들이 난립하는 지금의 학교폭력 해결 불능 상태를 타파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학교폭력이라는 광범위한 명칭을 외국처럼 괴롭힘(bullying)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괴롭힘은 학교가, 폭력 범죄는 경찰이 나누어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년범죄 교화에 실패하고 있는 소년법과 소년보호시설도 개혁해야 한다.

교사와 학교의 역할 강화로 피해자 보호가 가능

교사의 역할은 수사해서 넘기는 경찰이 아니라 잘잘못을 가리는 판사에 가깝다. 교사가 관련 학생 및 목격자까지 적극적으로 진상 조사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가해학생에게 훈계·훈육·분리조치할 권한, 가해자가 피해자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설득 중재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묶어 '진실화해'라 부를 수 있다. 담임교사에게 특히 강한 권한이 필요하며, 우리 학급의 학교폭력 문제를 집단 성찰하는 학급 자치 기구 '(가)학급진실화해모임'을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폭력의 방관자인 주변 학생들이 폭력에 숨죽이고 살았던 비굴한 전략을 버리고 피해학생을 위로하며 가해학생에게 조언하는 화해협력자로서 재탄생할 수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 관한 무기한 출석정지·전학·퇴학 같은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면 학교 선도위원회를 강화해 교권에 통합시키면 된다. 유독 학폭 조치만 생기부에 기록하는 예외를 없애고, 괴롭힘이든 교권침해든 수업방해든 생활지도와 관련한 모든 영역은 적절한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교사가 기록해야 한다. 교육활동에 평가가 뒤따르는 것은 교육의 기본이다. 그런데 교과 교육은 평가하면서 생활지도는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도 학생도 교과 교육보다 생활지도를 덜 중시한다. 평가권은 교사의 교육권이다. 교사의 교육권이 강해야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평화로운 학급 풍토를 만들어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희영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교사들이 13일 오전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고 서이초 교사 수사 결과 규탄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출하기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청이 피해학생 보호 기관 역할을 할 필요성

심각한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은 정신적 트라우마로 등교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데 이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피해학생 보호시설을 지정해 놓았지만 전부 일반 상담 시설이다. 일반 성인뿐 아니라 가해학생 상담도 하기 때문에 정작 피해학생들은 보호시설을 찾지 않는다. 온전히 피해학생 보호만을 위해 만든 시설은 전국에 1곳 밖에 없다.

교육청 학폭위는 이미 역량 과부하 상태여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 학폭위 제도도 폐지하고 대신 교육청이 피해학생 보호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 교육청이 애꿎은 법원 역할을 벗어나 실질적인 피해학생 보호 기관으로 역할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법을 통해 피해학생 및 보호자 교육, 상담, 치유에 쓰일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특별법으로 보장해야

얼마 전 교육부 고시를 통해 교사의 생활지도권이 법률 속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교사의 지위를 위협하는 5개의 법망 학교폭력법, 학생인권조례, 특수교육법, 학습권 판례, 아동학대법을 모두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고시로는 어림없다. 교사의 생활지도권은 특별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시, 경고, 안내, 충고, 조사, 중재와 조정, 생활 평가, 담임교사의 학급운영권, 교과 담당 교사의 수업질서 유지권, 유형력의 사용 범위(정당행위, 정당방어)도 제시되어야 한다. 교사의 적법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어야 하며 아동학대법에 우선한다고 못 박아야 한다. 선도위원회도 법제화하여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교사들도 "우리는 아무 권한도 없으니 책임을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아이들 교육은 교사의 권한과 책임 영역이니 믿고 맡기세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지도가 교육과정 안으로 들어와야

교사들의 생활지도 절반 이상은 학교폭력 때문이다. 아이들은 매일 싸우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감정이 상한다. 이 아이들을 상담하고 조언하고 잘잘못을 가려 훈육·훈계하는 것이 교사 생활지도의 핵심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생활지도가 과연 교사가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생활지도가 정식 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범대 교대 교육과정에도 생활지도 과목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작고 형식적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생활지도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배운 적도 없고 시간도 없는 교사들은 알아서 생활지도를 하고 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이것이 위기 학급의 교사가 고립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중요한 원인이다.

사범대 교대 교육과정 절반은 학교폭력과 대처, 교권 및 교권침해 대처, 수업 통제, 학급운영, 상담, 자치활동 지도, 증상별 학생 이해와 대처 등 생활지도 교과목으로 채워야 한다. 이와 같이 교사 양성과정을 혁신하고 자격을 부여해야 교사가 생활지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학교의 교과 수업을 반으로 줄이고 권리교육(규칙의 중요성), 평화교육(폭력 예방), 화목교육(공동체성 증진), 우정교육(언어사용 및 갈등해결)을 실시해야 한다.

생활지도 수석교사제 등 적극적 대책 도입 필요

무엇보다 담임의 권한을 강화하고 업무를 줄여 주어야 한다. 교육 예산을 늘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특히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한 담임종결권을 강화해야 한다. 위기 학교, 위기 학급, 위기 교사를 실태조사하여 지원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돕는 생활지도 수석 교사 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지도 수석교사는 역량강화 연수와 평가를 통해 자격을 부여하여 각 학교에 배치해 학교폭력, 교권침해 및 일상생활 지도에 대해 교사들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기존의 수석교사들이 교과 위주로 운영되어 타교과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생활지도 수석 교사는 모든 교사를 이롭게 할 것이다.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활지도 수석교사를 거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출산율 최저에 인구소멸 위험 국가이다. 여기에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들의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교육 투자는 과감해야 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더는 미봉책으로 얼버무리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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