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성범죄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운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이후로 군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2020~2023.06) 군 성범죄 징계 현황'에 따르면 이 중사 사망사건이 일어난 2021년 1181건이었던 군 성범죄 발생 건수는 이듬해인 2022년 1205건으로 늘었다.
3년간 집계된 군 성범죄 사건의 총 건수는 4233건에 달했고, 올해 6월 기준으로도 600건이 발생해 통계적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
이 중사 사건 이후 국방부는 △성폭력 실태조사 정기화 △전문상담관 보강 △군인권보호관 및 군인권보호위원회 설치 등을 추진하며 군 성범죄 예방 및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대책들이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한 모양새다.
성범죄 가해자의 경우 병사가 전체의 64%인 27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사관이 20%로 852명, 군무원이 6%로 262명, 위관급이 5%인 206명, 영관급이 4%인 168명, 장성급이 1명 순이었다.
국방부 행정규칙 '군인과 군무원의 성폭력 등 사건의 징계업무처리훈령'은 강간, 추행, 성희롱, 성매매 등 중대 성범죄엔 중징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간부 직급에 해당하는 전체 1347명 가해자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 해임 등 징계를 받은 이들이 전체의 64%인 856명이었다. 경징계인 감봉과 근신, 견책 등은 491명으로 전체의 36%였다.
1명으로 기록된 장성급 가해자의 경우 국방부 국방시설본부 고위 간부로 근무하던 A준장으로, 그는 근무 당시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 당해 원 소속인 육군으로 복귀한 상태다. A준장은 현재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송 의원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계기로 군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성범죄 관련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오히려 범죄가 증가해 국방부의 유명무실한 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라며 "고강도 징계, 2차 가해 차단, 피해자 보호, 전담 독립기구 설치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1년 초 군 성폭력 피해를 제기한 고 이예람 중사는 이후조직 내 2차 가해 등을 토로하다 성폭력 사건 발생 81일째인 2021년 5월 21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의 군인권보호위원회가 신설되는 등 후속대책이 마련됐으나, 군 내 성폭력 문제는 이후로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8월 당시엔 이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또 다시 여군 하사에 대한 성폭력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당시 언론 등에 사건을 공론화했던 군인권센터는 "(이 중사 사망 이후)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부대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엉망인 상황은 어떻게 해석돼야 하나"라며 군 성범죄 발생 시 군사경찰, 군검찰, 지휘부 등 대응주체 전반의 책임을 강화해 2차 피해 등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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