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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블랙리스트 기술자 유인촌으로 문화 '파시즘'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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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블랙리스트 기술자 유인촌으로 문화 '파시즘' 재시동"

문화계 인사들, 유인촌 지명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예술인들만 육성한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유인촌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가운데,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유 후보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실해자이자 주요책임자"라며 "(유 후보자 지명엔) 정권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예술인들만 육성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민예총 등 문화예술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문화예술계를) 블랙리스트 시대로 되돌리려는 유인촌 장관 내정을 철회하라"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특히 "유인촌 씨가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문화부장관에 재직하던 때에 이명박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행됐다"라며 "이러한 그가 역대 정부 최초로 2011년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을 역임하고, 3년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재임한 장관이며, 10여 년이 지난 현재 다시 문화특보로 임명된 끝에, 다시 문체부 장관으로까지 내정된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가 2008년 ~ 2011년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진보적 성향의 예술인 심광현 평론가, 황지우 시인 등을 '좌편향적인 노(무현) 정권 코드인사'라고 지칭하거나,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가리켜 '문화예술계 좌파 엘리트 집단의 온상'이라고 규정하는 등 정치편향적 태도를 보였으며, 나아가 "한예종 교육기관의 예산을 삭감하고 단체장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등" 정치성향에 따른 '탄압' 기조를 실행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지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 후보의 장관 재직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은 "좌파 문화 세력 배제를 기조로 한 블랙리스트 정책 추진을 위한 전략 보고서"에 해당했고, 실제로 해당 전략에 따라 문체부 산하 기관장이 면직 또는 해임된 경우가 최소 20건에 달했다.

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에서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자료에서 확인되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은 총 82명으로, (자료는) 문화계·배우·영화감독·방송인·가수로 구분하여 강성 성향 69명, 온건 성향 13명이라고 적시하고 있다"라며 "(그러한 자료에 따른 문화예술인 탄압을) 실제로 활성화 시킨 장본인이 바로 당시 문체부장관이었던 유인촌 씨"라고 주장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 모인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이 "윤석열정부는 블랙리스트 시대로 되돌리려는 유인촌 장관 내정을 철회하라"라며 유 후보자의 장관 내정 사실을 비판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현장을 찾은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특히 장관 지명 이후 '한류를 책임지겠다'고 포부를 밝힌 유 후보자에 대해 "한류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포용력이다. (한국은)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한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연루자인) 유 후보자의 장관내정은 한류를 오히려 파괴시킨다는 것을 (대통령이) 아셔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적 없다'고 해명한 유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서도 "(유 후보자의 장관 재임 당시) 지원배제 등 블랙리스트 피해를 당한 영화인들은 여전히 SNS에 자기 의견 쓰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등 후유증에 휩싸여 있다"라며 "당시 피해 본 수많은 영화인들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본인은 블랙리스트와 상관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유 후보자는 장관 재임 당시 '인디포럼작가회의', '인디다큐페스티벌' 등 독립 혹은 진보적 성향의 영화단체들을 11차례에 걸쳐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바 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 활동 당시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송경동 시인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송 시인은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장관 재임 3년과 이후 문화특보로 있으면서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이며 몸통이며 실행자였다"라며 "(이런 유 후보자를 다시 장관에 임명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의 대통령이길 부정하는 것 같다. 한국 헌법에 보장된 정치, 사상, 표현, 양심의 자유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해 조직된 문화예술계 연대체 '블랙리스트 이후' 소속 정윤희 디렉터는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연루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니)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공무원 및 문체부 산하기관 직원들의 심리상태가 걱정된다고 한다"라며 "최소한의 정치적 균형감 없이 수구우파와 같은 말만 쏟아내고 있는 유 후보자가 과연 책임윤리를 가지고 있을까,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됐으면서도) 여전히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예술인들은 그의 안중에 없다"라고 비판의 뜻을 전했다.

앞서 전날인 14일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을 듣고 "이제 더 이상 그런 것에 대해 대립적으로 간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태로) 밖에서 볼 때 문체부 공무원들 또는 지원기관에 근무한 직원들의 경우 상당한 피해가 있는 거로 생각한다. 그들도 어떤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디렉터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예술활동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전체주의'와 다름없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파시즘' 국가로 전복하려는 시도"라며 "지금 유 후보자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문화예술계 파시즘의 유령과 같다"고 지적했다.

권위상 한국작가회 연대활동위원장, 김지호 한국민예총 연대사업국장 등도 유 후보자 지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전했다.

권 위원장은 "블랙리스트란 용어가 나온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 때, 즉 유인촌 장관 재임 시절 때다"라며 "본인은 (블랙리스트 연루를) 부인하지만, 이미 (박근혜 정부) 탄핵 이후 진행된 적폐청산TF 등지에서 (연루 사실은)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윤 정부가) 예술인들을 편 가르고, 사찰하고, 찍어내고, 탄압하는, 또 배제하는 그러한 행위의 적임자로 유인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라며 "(유 후보자의 장관 지명은) 결국 예술인들을 다시 정권에 줄 세우고, 눈치 보게 하고, 더 나아가 정권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예술인들만 육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예술단체들의 연대체 문화연대 측은 이어질 장관 청문회 등 일정에 맞춰 문화예술인 릴레이 1인시위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단세포적이고 낡은 관점으로 우리 예술인들을 배제, 탄압하려 한다면 예술인들의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유 후보를 퇴진시키고 윤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며 "유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엄중히 경고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 모인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이 "윤석열정부는 블랙리스트 시대로 되돌리려는 유인촌 장관 내정을 철회하라"라며 유 후보자의 장관 내정 사실을 비판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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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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