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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때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내 '이름'을 되찾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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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때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내 '이름'을 되찾고 싶었어요"

[프레시안 books]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저자 니콜 정 인터뷰

"'그분들은 입양이 너한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그것은 만들어진 '전설'이었고, 부모님은 그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내 친가족은 처음부터 나를 사랑했고, 부모님은 결국 나를 입양하고 싶어했으며, 그렇게 사필귀정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고 내가 믿기를 바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부모님이 우리 가족을 만든 토대였고, 나 역시 자라면서 내 정체성을 여기에 기대 이해했다...세월이 흘러 내가 어른이 되고 내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는 여전히 그 이야기를 믿고 싶은 마음으로 친가족을 찾아 나섰다."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본문 중에서)

미국에서 한국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자마자 백인 가정에 입양된 저자 니콜 정(Nicole Chung)의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원더박스 펴냄)은 미국에서 출간된 해(2018년)에 <워싱턴포스트>, <타임>, <보스턴 글로브> 등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작으로 오르기도 했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입양은 일회적인 사건이나 과정으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상록수처럼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삶의 이야기이다.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은 '입양'을 명사로, 동사로, 목적어로 뼛속 깊이 받아들여, 그것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니콜 정은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가면서 느낌 감정들에 대해 쓴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홍 지음), 돌아가신 한국인 어머니를 그리는 <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지음) 등과 함께 미국을 사로잡은 또 한 명의 젊은 한국계 작가로 떠올랐다.

이민 2세대이자 입양인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에 기반해 '진짜 한국인'(혹은 미국인), '진짜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 니콜 정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니콜 정 작가ⓒ니콜 정 제공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출생 때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내 이름을 되찾고 싶었다"

프레시안 : '정'은 한국계 친부의 성이다. 작가로서 '니콜 정'이란 이름을 쓴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니콜 정 : 내 출생 가족 구성원들과 재회한 순간, 그들이 얼마나 많은 개인적 역사의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놀랐습니다. '뿌리'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는 입양인 입장에서 한국 가족이 족보에 18대에 걸친 역사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어떻게 느껴질지 상상해 보세요! 여전히 저도 그 일부분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 이름이 언니들과 함께 거기에 기록될 수 있다면, 물론 그렇게 될 일은 없습니다. 친생 부모, 특히 아버지가 여전히 저를 비밀리에 입양보낸 것에 대해 부끄러운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출생 이름(정수정)을 회복하는 것은 한국 가족 내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한국 친척들에게 저는 출생 때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여전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정'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것은 내 개인적인 역사 한 조각을 유지하고 싶어서입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날 때의 이름이며, 원래 출생증명서에 적혀 있는 이름입니다. 저는 그 이름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 한국계 유산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이름을 원했습니다.

"나는 새로 배운 한글로 삐뚤빼뚤 정수정이라고 썼다. 재미삼아 언니 이름도 썼다. 언니 이름은 정인정이다. 우리 이름과 이름에 담긴 같은 글자가 나란히 적힌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따로 떨어져 자랐어도 오랜 세월 동안 이 이름들이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던 것이다." (본문 중에서)

프레시안 : 이 책은 2018년에 미국에서 출간됐고,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됐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에서 책이 나온 건 특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니콜 정 : 한국계 미국인, 한국 이민자의 자식, 그리고 입양인 입장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지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한 이래로 언젠가는 한국어 번역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랐고, 원더박스 출판사가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프레시안 : 친언니 신디가 이 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친아버지에게 보여주셨나요?

(신디는 입양을 통해 친생가족과 연락이 끊어졌던 저자의 친언니다. 저자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 친가족 찾기를 시작한 뒤 언니 신디를 만날 수 있었다. 편집자주)

니콜 정 : 신디 언니는 내 최고의 친구이자 큰 응원자입니다. 글쓰기와 모든 일에 있어 그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니는 이 책을 출간되기 전에 (영어로) 읽어봤고, 자신의 이야기를 존중하면서 다룬 것에 대해 정말 고마워했습니다. 한국어 책은 신디와 친아버지에게 보냈습니다. 친아버지는 한국어를 읽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셔서 이번에 한국어 책을 보시면 영어로 읽을 때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으로는 좀처럼 언니의 표정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내가 언니의 표정을 읽는 데 숙달되고 나서도 어려울 것 같았다. 언니는 지금 내가 거절당할까 봐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언니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단단하고 따뜻한 언니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꽉 그러쥐었다. '너는 이미 그런 관계를 가졌어. 니키'" (본문 중에서)

"입양 현실은 단순하지도, 아름답지만도 않다"

프레시안 : 국제입양에서 인종 간 입양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당신은 미국 내 국내 입양자이긴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백인 입양 부모들은 흑인 및 다른 인종 출신 아동들이 직면하는 인종차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종 간 입양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니콜 정 : 많은 사람들이 입양을 어린이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아서 필요한 보살핌을 받는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다양한 인종 출신의 입양자들은 백인이 주류인 지역에서 인종차별과 편견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가 오리건에서 자랐을 때와 마찬가지로요. 전 세계의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읽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인종의 아이를 입양한 입양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또 어려움을 겪는 가족, 위기에 처한 가족, 한부모 가족 등에게 더 많은 지원과 자원을 제공해 더 많은 아이들이 출생가족에 의해 양육을 받을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지역에서 아직도 입양을 보낸 부모와 입양인들에 대한 깊은 낙인이 존재합니다. 이런 편견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하며, 입양인과 친생부모들의 목소리가 입양에 관한 담론에서 중심에 위치해야 할 때입니다.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불편했냐고? 그건 결국 내가 한국인이어서 불편했느냐고 묻는 것이었고, 내 대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였다. 나는 불편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지만, 두 대답 모두 내가 느낀 감정에 비하면 너무 부족했다. 진실은, 내가 한국인 입양인이란 사실을 사랑한 만큼 미워도 했다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입양 자체가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양은 당사자에게 평생 계속되는 문제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지금 당면하고 있는 입양 관련 문제가 있나요?

니콜 정 : 그렇습니다. 매번 입양이 내게 어떤 의미이며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고 생각할 때마다, 다른 일이 벌어지면서 입양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됩니다. 입양인이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당연시하지 않게 됩니다. 내 아이들은 개인적인 삶의 공백 없이 자라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제 양부모님은 두 분 다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양부모를 떠나보내면서 입양인으로서 겪은 상실감과 관련이 있는, 또 한편으론 관련이 없는 많은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입양부모가 없는 입양인이 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들은 혈연이 아니라 사랑과 선택에 의해 제 선조가 되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제 저와 세상에 함께하지 않는 동안 그들의 딸이 되는 의미를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된 제 두 번째 책 <살아있는 치료제(A Living Remedy)>의 내용입니다.

"책에서 읽거나 텔레비전에서 본 한 줌의 입양 이야기는 아이를 입양하는 순간 끝나버리기 일쑤였고, 이야기의 초점은 주로 아이가 구원받기 전에 겪는 외로움과 궁핍함에 맞춰져 있었다. 또, 극적인 상봉 이야기라면 입양인과 친부모(주로 친모)가 서소를 찾는 순간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 눈물과 포옹, 책망에 뒤이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그리고 그 파멸의 순간 이후 영점으로 돌아간 관계를 새로 만들어나가야 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을 별로 없었다. 내가 정말 궁금하고 상상하기 어려웠던 건 언제나 그 대목이었는데 말이다."(본문 중에서)

프레시안 : 책에 당신은 당신의 딸이 5살 때 "엄마, 나 진짜 한국인 맞아?"라고 물어본 일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적었습니다. 아직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까?

니콜 정 : 한국어를 잘 못해요! 조금밖에 못해요. 책 홍보 때문에 바빠서 레슨을 그만두었는데, 언젠가 다시 공부하고 싶어요.

프레시안 : 한국은 인종적으로 동질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입니다. 한국의 국제입양은 한국전쟁과 그 직후 연합군 군인들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은 국제입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과 관련된 책임을 무시해왔습니다. 저는 당신의 책이 입양 과정은 다르더라도 인종 간 입양을 통해 입양인들이 경험하는 문제를 보여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니콜 정 : 이 책의 한국어판이 출간되기를 원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입양 시스템의 깊고 지속적이며 문제로 가득한 유산을 마주하는 것을 마침내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출생 입양인들이 진실, 화해, 정의, 책임을 추구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이 동료 입양인들에게 위로가 되고, 입양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원이 되고, 아마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도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자신의 경험을 정의하고, 진실을 나누고,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번이고 보여준 입양된 동료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우리 중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어요.

"내가 자라면서 누누이 듣고 자란 입양 이야기는 나란 사람을 새로 만들고, 필요한 모든 것을 내게 주고, 스스로를 온전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진짜 성장과 치유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급진적 변화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내가 한결같이 들어온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할 용기를 찾는 것에서부터, 다른 이야기를 찾고 발견하고 말하는 일에 이르는 변화였다. 이제 내 아이들은 앞으로 내가 전해줄 모든 것들, 내가 나눌 수 있는 모든 진실에서 혜택을 볼 것이다."(본문 중에서)

프레시안 : 이번에 출간된 <살아있는 치료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로서 어떤 다른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니콜 정 : 지금까지 논픽션/회고록 형식의 두 권의 책을 썼기 때문에, 다음에는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저는 입양, 양육, 복잡한 관계, 세대적 외상, 그리고 가족 내부에서 종종 말하지 않는 비밀과 숨겨진 것들을 중요한 주제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무엇을 다음에 쓸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책을 위해 생각하고 쓰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인터뷰 감사합니다.

▲<내가 알게 된 모든 것>, 니콜 정 지음, 정혜윤 옮김, 원더박스 펴냄.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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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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