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해충, 화장실과 샤워실 등 시설 미흡에 이어 태풍북상까지 4중고가 겹치면서 조기철수라는 비상사태로 이어진 새만금잼버리 대회를 두고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라고 발언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이 낯 뜨겁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직위는 지난 2월 말 전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4만여 명이 넘게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범정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공동조직위원장으로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부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총재를 위원장으로 추가 선임했었다.
이처럼 대회 대최 5개월여 전에 새만금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으로기존 여성가족부장관을 비롯해 장관이 2명이 추가됐으나 대회가 시작되면서 민낯으로 드러난 준비가 덜 된 상황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비웃음을 사는 '엉망인 상태' 그대로였다.
실제로 대회 개최 1년여 전부터 지역 국회의원인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과 공동위원장인 김윤덕의원(전주 갑), 전북도의회와 시민환경단체 등에서 줄곧 새만금잼버리 대회의 열악한 환경과 준비 부족에 대한 경고를 날렸으나 정부와 조직위의 대응은 만반의 준비를 잘 갖췄다는 뚱딴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결국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쏟아졌으며 모기와 해충의 무차별 공격, 화장실과 샤워,수도,의료시설의 부족은 대원들을 지치게 했고 영국과 미국 대원들의 대회 초반 철수는 6년여를 준비해왔다는 새만금잼버리대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 됐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은 결정적으로 새만금잼버리에 치명타를 가했고 4년을 기다려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 4만여 명은 아쉬움을 남긴 채 새만금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과정 중간 중간에 보여준 공동조직위의 사리 판단과 행태는 오로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장관 3명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돼 있었지만 대통령이 지시를 내려야만 모든 일이 진행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대회가 중반에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 4일 최대 참가국인 영국이 철수의사를 밝히고 미국까지 영지를 떠나겠다고 나서자 뒤늦게 행안부는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지시를 강조했다. 준비 소홀의 책임을 은근히 지방정부에 떠 넘기는 모양새였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지난 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금까지는 지방정부가 주도했지만 이날 '대통령의 긴급지시'로 대한민국의 안전.지방 총괄부서인 행정안전부와 국방부를 비롯한 범정부추진단이 모든 잼버리행사 운영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가겠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를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영국과 미국 대표단의 조기철수로 영지는 어수선해졌지만 그나마 야영지 환경은 일부 나마 개선이 되기 시작했고 지자체와 지역주민, 경제계를 비롯한 전국적 관심사가 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태풍이라는 변수에 직면하면서 새만금잼버리는 대회 폐막 나흘을 앞두고 장관을 이루던 수많은 텐트를 접어야 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지난 3일 "기획을 했을 때 (폭염 대비에 대해) 생각을 했으나 공사가 여러가지 진행되면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지체된 것은 사실"이라며 "기대한 만큼, 만족할 만큼 준비를 못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영내 활동을 줄이고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나 더위를 피하고 그늘막에 있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다시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미 지난 일본과 미국 대회의 참관 보고서에 나와 있는 체크리스트를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과를 해도 부족할 김현숙 여성가족부장관은 8일 잼버리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버스 1000여 대를 이용해 전국으로 흩어진 '조기 철수 사태'에 대해 '한국의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9일 미흡한 폭염 대비와 운영 미숙으로 파행을 거듭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가장 책임 있는 장관의 해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회 초반 여러 분야의 대회 관계자들로부터 "6년간 준비했다는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그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었다.
실은 김현숙 장관이 말한 대한민국 정부의 위기대응 역량 과시는 최소한 3개월 전에라도 보여줬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버스 떠난 후에 손 든 격'이 됐다.
그동안의 경고는 모두 무시했거나 축소 대응한 결과가 이제 그대로 나타났고 그에 따른 열매는 대한민국의 역량과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떠 안아야 할 쉽게 씻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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