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미숙한 운영 등으로 인해 큰 논란을 낳는 가운데, 행사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가 "정부의 직무유기"라며 행사 운영 상황을 고강도로 비판했다.
중학생 자녀가 잼버리게 참가한 익명의 학부모 A씨는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주최 측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A씨는 우선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장시간 도열하게 만들어 '내외빈'의 권위를 세우는 행사를 강행한 데 대해 큰 분노를 표했다. 전날(2일) 개영식 행사는 오후 8시부터 3시간가량 이어졌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열대야에 강행된 개영식으로 인해 온열환자 108명이 발생했다. 당일 총 부상자는 992명이었고 이 중 207명이 온열환자였다.
A씨는 "(행사장에) 나가고 들어오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려, 거기에 애들이 5시간 정도 앉아 있었다"며 "그날 낮 체감온도가 섭씨 40도였다. 어떤 애들은 탈수로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이 재미없는 행사에서 가장 쇼킹했던 것은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큰 박수 부탁'(이런 권위주의적 의례를 강행한 것이다)" 등의 절차가 이어진 부분이라며 "저는 이거 진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 힘든데 도열을 왜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A씨는 또 "애들이 잔디에서 벌레와 싸우고 있는데 무려 25분간 알파벳순으로 입장 나라들을 다 호명했다"며 "도대체 리허설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희한한 건 카메라가 (지친 아이들은 조명하지 않고) 춤추는 애들만 비췄다"며 "도대체 언론(은 뭐 하는 거냐), 이해가 안 됐다. 아나운서가 정말 공무원인가 싶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자녀와 통화로 현장 상황을 체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녀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으로 더위와 "정보가 없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전 정보가 없다"며 "그 다음에 음료수, 화장실, 샤워실 이런 것도 다 문제여서 (아이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고 통탄했다.
이어 그는 "이 정도면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A씨는 비상상황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비상상황이 되면 애들이 전화를 해야 하고 부모한테 연락을 하는 방법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며 그러나 "어떤 매뉴얼도 안내가 없었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어 "저 같은 경우에는 119에 전화해서 종합상황실 전화번호 찾아서 종합상황실 전화 후 잼버리 병원 전화"하는 식으로 "이렇게 단계 단계해서 힘들게 힘들게 찾아갔다"며 "이건 비상대책이 아무 것도 없는 거고 중앙통제를 하나도 못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 학부모도 이런 식이니 외국 학부모는 더 걱정이 클 것이라고 그는 우려했다. A씨는 "각국의 사람들이 전부 다 그거(비상상황)를 대응할 수 있을까. 저는 이거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다못해 기업에서 조그마한 행사를 할 때도 리허설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이건 리허설을 한 건지 시뮬레이션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좁은 텐트에서 아이들의 숙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A씨는 지적했다. 야영장은 대회 전 내린 폭우로 인해 습지로 변했다. 이에 텐트 폴을 설치해도 바로 뽑혀버리고, 텐트가 물에 잠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음이 언론 보도로 인해 알려졌다.
A씨는 "팔레트 4개를 설치하고 텐트를 그 위에 치도록 돼 있는데, 팔레트가 플라스틱이라 비가 온 후 구멍에서 습기가 올라온다"며 "팔레트가 딱딱하니 그 좁은 텐트 안에서 애들이 침대를 놓아야 한다. 그러면 완전히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팔레트는 플라스틱이어서 비가 와서 물이 차면 떠다닌다"며 "참가국 애들이 100만 원 이상씩 냈다고 하면 430억 원인데 무슨 팔레트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팔레트가) (나무)데크를 (대체)한다는 건 진짜 난센스"라며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통탄했다.
화장실 시설의 경우 남녀 공통 사용 시설인 경우가 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고 A씨는 지적했다. 샤워시설은 천막 가림막이 있지만 그 틈 사이로 내부가 들여다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씨는 "요즘 애들이 얼마나 귀하게 자랐느냐"며 "물론 애들 거칠게 해서, 잼버리 정신해서 야전을 해야겠지만 최소한 위생적인 거는 깨끗하게 해주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전기를 통해서 시원한 물하고 환경이 제공돼야"하고 "텐트에 전기가 없는데 에어컨이 아니라 선풍기라도 돌렸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4년마다 여는 청소년들의 야영 대회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는 역대 최다인 158개국에서 세계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3만50명, 지도자 3496명, 운영요원 9709명 등 4만3000여명이 참가한다.
전북은 지난 2017년 행사 유치 후 여의도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8.84㎢ 규모의 새만금 부지를 확보해 텐트 2만2000여개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늘이 충분한 숲속 야영이 아닌 터라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수많은 참가자가 온열 질환 등을 앓는데다 곰팡이가 핀 달걀이 보급되는 등 문제가 속출하자 "혐한 제조 축제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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