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두 번의 연기 끝에 회동을 했다. 석달여 만에 한 자리에 모인 두 사람은 각각 '단합', '혁신'을 강조하며 동상이몽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전·현직 대표인 두 사람은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소재 한 음식점에서 만나 두 시간 동안 비공개로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영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이낙연 전 총리 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배석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의 귀국을 환영하는 의미의 꽃다발을 준비했다. 이재명 대표는 "총리께서 선거에 애 많이 쓰셨는데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며 안부를 물었고, 이에 이낙연 전 총리는 "그동안 당을 이끄시느라 수고 많으셨다"고 화답했다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 비판, 내년 총선 승리에 대해선 의견 일치를 이뤘다. 권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나 국가의 미래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사람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민주당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권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총선 승리를 위한 대응 전략 측면에선 의견을 달리했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잘 이끌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전 총리께서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 힘을 모아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낙연 전 총리는 "민주당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담한 혁신이 필요하며 혁신을 통해 단합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전 총리는 특히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가져야하고 당내 분열의 언어를 즉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계파 간 갈등, 의원과 강성 지지층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이날 이 전 총리의 '면전 쓴소리'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낙연 전 총리 측 한 인사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화합 이야기를 꺼낼 것이 분명한데, 이재명 대표 이야기에 그냥 '알았다'라고만 하고 나온다면 그건 예전의 이낙연이지 않겠느냐"면서 "이재명 대표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혁신위 방향성에 대한 것, 이 두 가지 이야기는 반드시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동이 성사되기까지 양측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쪽에서는 수해가 있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차담이나 점심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이재명 대표 쪽에서는 저녁을 원해서 결국 막걸리는 제외한 저녁으로 조율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동이 두 번 연기되는 사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시자의 대북 송금 관련 진술 번복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표 측에서는 더욱 조급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두 사람이 더욱 긴밀한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당초 지난 11일 회동 계획을 발표했으나 집중 호우로 연기했다. 이후 19일로 다시 일정을 잡았으나 이날 수해 상황이 심각한 점을 고려해 미뤘다. 이날 만남은 지난 4월 이 전 대표 장인상에 이 대표가 조문한 이후 석 달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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