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전철 서해선 개통식에 국토교통부가 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야당 측은 정부가 전철 개통을 현 정부·여당 업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당을 배제한 것 아니냐며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30일 오전 고양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경기 고양시 대곡역과 부천시 소사역을 잇는 서해선 복선전철 개통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정재·강대식·서범수·서일준·엄태영·정동만 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야당에서는 고양시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고양을)·홍정민(고양병)·이용우(고양정)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이 참석했다. 그러나 개통식이 끝난 뒤 야당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행사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당초 초청을 받은 후 한 차례 돌연 '초청 취소' 통보를 받았던 것.
심 의원과 한 의원은 전날인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장관을 향해 "초청을 받은 다음날 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것이 대통령실 지시였는지를 캐물었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실무선의 착오'라고 해명하며 다시 참석자 명단에 야당 의원들을 포함시켰다.
심 의원은 개통식에 다녀온 뒤 SNS에 올린 글에서 "서해선의 한 구간이 개통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오셨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 간사 및 위원들,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들이 모두 초대되었다"면서 "오늘 행사가 애당초 고양시의 국민의힘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 행사로 기획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심 의원은 "당 대표를 초청한다면 여야 불문하고 공정하게 초청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국토교통위원을 초청한다면 야당 국토교통위원들도 초청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저는 야당 대표와 국토교통위원들이 초청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제가 야당 국토교통위원이고 지역구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을 배제당했었지 않느냐"면서 "민생을 살피고 공정한 국정운영을 해야 할 정부와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사전 선거운동식 행보를 해도 되는 것인지 씁쓸한 심정"이라고 했다.
한준호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번 일은 사전 선거운동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며 총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실무진의 착오라면 저희에게 초대조차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행사장에 가보니 의자에 붙어있는 이름표가 (야당 의원) 4명만 급조했는지 글씨체가 달랐다"고 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의원은 다 빠지라고 했는데 부천·고양시의 모든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다 초대했다. 오늘 행사에서 민주당 의원 3명과 심 의원을 제외하면 국민의힘 당 행사가 되는 것"이라며 "거기에 윤 대통령까지 참석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어 원내지도부를 향해 "(대통령실을 관할하는) 국회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부분을 당에서 강하게 따져묻고, 해당되는 상임위를 열어 질타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김상희(부천병)·김경협(부천갑)·서영석(부천정) 의원과 홍정민·이용우 등 해당 지역구 야당 의원 7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은 서해선 소사-대곡 구간 개통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온 야당 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제하고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과 지지자들만 불러 지하철 역사도 아닌 체육관에서 몰래 개통식을 진행하려 했다"며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와 부천시장, 그리고 고양시와 부천시의 국회의원들 몰래 자기들끼리 성과를 독점하고 국민을 속이겠다는 심보가 아니면 설명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끝내 개통식에 참석하지 못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청 논란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어떤 염려인지 '위에서 지시'라고 하면서 야당 의원들, 시장, 경기도지사를 제외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유감"이라며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면 소탐대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곡-소사선은 고양시 대곡에서 부천시 소사를 연결하는 18.3킬로미터 길이의 복선전철이다. 이 구간 개통으로 대곡에서 소사까지 이동시간이 70분에서 20분으로 단축돼 많은 경기도민의 교통 불편을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개통식에서 "주민들의 일상은 물론이거니와 지역 경제에도 큰 활력이 생길 것"이라면서 "경기도민 여러분, 정부는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곡-소사 전철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약속드린 '수도권 출퇴근 30분대 단축' 역시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챙기겠다"며 "대곡-소사 노선에 GTX망이 더해지면 수도권 서부가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5년 초까지 서해선과 신(新)안산선을 각각 개통해 수도권에서 충남까지 연결하는 철도 네트워크를 완성, 본격적인 '서해안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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