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첫 정상회담 결과인 '6.15 공동선언' 23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일본이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이 북한과 아무런 관계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만 소외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국회 한반도평화포럼과 (사)한반도평화포럼이 공동으로 주관한 6.15 공동선언 23주년 기념토론회 '위기를 넘어서 평화로'에 참석한 정 전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7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틀 후인 29일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응답한 것을 두고 양측 간 물밑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정 전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지난 5월 27일에는 납북자 귀국 촉구 집회에서도 이 이야기를 한 뒤에 박상길 외무상이 만나지 못할 이유 없다고 했는데 아마 물밑으로 상당한 접촉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총리는 능히 평양에 갈 수 있다. 그 때 한국 정부가 뒤통수 맞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북미 관계를 조정하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전 장관은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4대 핵심 과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 발전 △미국과 북한 관계 정상화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의 산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있다. 이제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북한을 적대시하고 적이라고 선언하고, 전쟁도 불사한다고 하고 흡수통일을 공연히 주장하면서 실패한 선(先) 핵 폐기 후(後) 남북관계 개선을 고집한다면 남북관계는 결코 개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전 장관은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에 따른 9.19 공동성명,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세 번의 합의에 대해 "이 합의의 공통점은 모두 북핵 폐기와 미북 관계 정상화를 맞바꾸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면서도 미국의 정권 교체와 실천의지 결핍 등이 실패한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전쟁을 했던 중국, 베트남과도 수교했고 쿠바와도 관계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사실을 열거하면서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역시 미국과 수교가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임 전 장관은 "국제 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말을 상기하게 된다. 미국이 결단하면 북한에 대해서도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북핵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 평화문제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실제 과거에 그런 경험이 두 번 있기 때문에 그런 때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절대로 실망하지 말고 한국은 6.15 정신을 살려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이 대북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선도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우선 당장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전 장관은 "남북, 한미, 북미가 이미 합의했고 중국도 동의한 4자 평화회담 개최를 우리가 선도해서 정전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평화 만들기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한다"라며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한다. 6.15에서 평화의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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