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62)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해 12월 구속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태원 참사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7일 서약서 제출과 주거제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박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박 구청장 측은 지난 2일 보석 심사에서 박 구청장이 사고 직후 충격, 수습 과정의 스트레스 등으로 신경과 진료를 받고 있으며, 수감 이후 불면, 악몽,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구청장의 석방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에 있던 용산구는 구청장 권한대행 체제를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정지 상태(기소 후 구금)에 이르면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
구금에서 벗어난 박 구청장의 경우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직무정지 상태가 해제된다. 지난해 12월 박 구청장이 구속됐을 당시 용산구청은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됐고, 이어 1월 박 구청장이 기소됐을 당시엔 기소 후 구금 요건이 충족돼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직무대리 체제에서는 옥중 상태에 있는 구청장도 인사 결재, 조례안 검토 등 구청장 결재가 필요한 사안에 관해 결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모든 직무집행 권한이 부구청장에게 이전된다.
박 구청장의 공식 업무복귀가 실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보석 요건으로 주거지 등이 제한된 상황에, 보석 허가의 직접적인 이유가 건강이상인 만큼 전과 같은 적극적 행정 참여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구청 관계자는 "박 구청장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공식적인 업무 복귀는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 경우 부구청장이 계속해서 구청장 직무를 대신하게 된다"고 전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 측은 "피고인들이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대외적으로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은 참사 당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라며 "그럼에도 자신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고 참사 트라우마 운운하며 심신상의 이유를 들어 법원에 보석 청구까지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전략적으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이용하고 있는 피고인들은 석방 후 더욱 적극적으로 이러한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오는 8일부터 '박희영 출근 저지 긴급행동'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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