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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北, 누리호 발사에 자극받아 조급히 발사 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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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정원 "北, 누리호 발사에 자극받아 조급히 발사 감행"

"김정은, 현지 참관 추정…무리한 경로변경에 기술적 문제 발생 가능성"

국가정보원은 31일 북한의 인공위성 탑재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 한국의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은 북한이 발사를 서두르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날 오후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실패를 공식적으로 시인하며 2단계 발동기 시동이 비정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과거에는 1·2단계의 비행경로가 일직선이었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에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며 횡기동을 통해 동쪽으로 무리하게 경로를 변경하다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하나의 원인'으로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의 소요·준비 과정을 수 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동창리 발사장에서 1.3킬로미터 떨어진 관람대 인근에서 차량 및 천막 등 관람 시설이 식별됐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참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번 발사체에 탑재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길이 1.3미터, 무게 300킬로그램급으로 해상도 최대 1미터 내외"라며 "소형 저궤도 지구 관측 위성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체에 대해서는 "이번에 사용된 발사체는 '천리마 2형'이라고 하고 있고, ICBM 엔진 기반 신형 발사체"라고 국정원은 평가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발사 2시간 반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한 데 대해서는 "위성 발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발사 행위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추가 발사 가능성과 관련 "(북이) '빠른 시간 내 2차 발사'를 선언했지만, 국정원에선 엔진 이상 점검·보완에 수 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결함이 경미할 경우엔 조기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발사장소 역시 (동창리가 아닌) 신뢰도가 확보된 기존 발사장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우 국정원 기조실장, 권춘택 1차장, 김 국정원장, 김수연 2차장, 백종욱 3차장. ⓒ연합뉴스

"김정은 수면장애, 체중 140킬로그램 중반…北 식량난 심각, 아사자 예년 3배"

김 국무위원장 동향 관련 보고에서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최근 4월 해외에서 최고위급 인사의 불면증 치료를 위한 졸피뎀 등 최신 의료정보를 집중 수집하고 있는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이 상당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한 말보로·던힐같은 외국 담배와 고급 안주를 다량으로 들여오고 있어, 김 위원장의 알콜·니코틴 의존도가 높아지고 더 심한 불면증(으로의) 악순환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공개 행보시 눈에 다크서클이 선명해 보이는 등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며 "체중 역시 AI 분석 결과 약 140킬로그램 중반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그 외의 북한 동향에 대해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으나 이면에는 실무적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 당국은 북한인들의 밀수·밀입국 등 위법 활동을 처벌하거나 체류기간 만료자들의 귀국을 요구하는 상황", "러시아에서는 북한의 제재 위반 소지품목 수출에 난색을 표하는 기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정원은 "북한은 5월 들어 중국과 열차 운행을 1일 1회에서 2회로 증편했다"는 동향도 전하며 "단둥-신의주 간 도로 추가 개방을 준비 중이었지만, 5월 들어 평양에 발열자가 대거 속출해 평양시 일부가 준안전지역으로 설정됐고 국경 개방 시점도 고심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식량난과 관련해서는 현재 북한의 부족분이 70여만 톤인데 4월에 19만여 톤을 들여왔다"며 "그러나 5월 춘궁기 다시 식량사정이 악화돼 현재 곡물가격이 작년 분기 대비 옥수수 약 60%, 쌀 30% 가까이 올라 김정은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아사자 발생도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민생고로 인해 내부적 불안 요인으로 많이 비화되고 있는데, 강력범죄는 작년 동기 대비 100여 건에서 300여 건으로 3배 폭증했고, 물자 탈취를 노린 사제폭탄 투척 등 대형·조직화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최근 자살자가 지난해 비해 약 40% 정도 증가했는데, 김정은은 (자살을) '사회주의에 대한 반역행위'로 규정하며 대책 강구를 긴급 지시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장녀인지, 그 위로 아들이 있는지 최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날 정보위 현안질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별도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정보위는 국정원의 업무 보고 이후 사실상 현안질의 없이 파행으로 끝났다고 양당 간사가 밝혔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첫 질의(김의겸 의원 질의)가 미국 도감청 관련 질의였는데 여기서 막혔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현안질의 과정에서 국정원장이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고도의 보안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한 줄 답변' 외에 그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로 인해 여야 간 의견 제시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정보위가 제대로 개최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야당 정보위원들은 '이럴 거면 회의를 공개로 하자'고 항의하며 국정원장을 압박했으나 김규현 원장은 '고도의 보안장치' 외에는 밝힐 내용이 없다고만 했고, 회의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여당 소속 박덕흠 정보위원장과 여당 정보위원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간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결국 박 위원장이 산회를 선언하면서 이날 회의는 현안질의 없이 종료됐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정보위 파행은 야당 의원의 질의(때문)"이라며 "특히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 국정원장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밀이기 때문에 본인은 용산에 고강도 도청방지 장치가 구축돼 있고 방지 시스템이 고도화돼 있다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원법 17조를 보면 국가안보 관련 기밀사항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서 답변하는 것'(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유 의원은 "국정원장 답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정보위 진행을 중단하고 계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서 어떻게든 국정원장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서 (야당이) 여러가지 요청을 했지만,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하고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만 공개하자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정보위에서 그와 같은 형태로 선별적으로 공개·비공개를 결정한 예가 없어서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거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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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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