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10명 중 6명 이상이 복무 중 폭언·폭행, 갑질, 부당업무지시 괴롭힘 피해에 노출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복무요원 복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노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직장갑질119가 사회복무요원 327명과 소집해제자 23명을 대상으로 해당 조사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의 48.9%가 사적용무 지시, 업무 전가 등의 부당 업무지시를 겪었다고 답했다. 전체의 44.0%는 폭행·폭언을 겪었고, 모욕·성폭력·명예훼손(33.7%), 따돌림·차별(31.1%), 부당대우(30.6%) 등이 뒤를 이었다. 5개 유형의 복무 중 괴롭힘 중 하나라도 경험한 이들을 합치면 전체 응답자의 64.0%에 이르렀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지난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30.1%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중 괴롭힘' 응답 비율이 일반 직장인의 괴롭힘 응답 비율의 2배를 넘어서는 셈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특히 "사회복무요원의 '폭행·폭언' 경험은 44.0%로 직장인 평균(14.4%)의 3.1배에 달했고, '부당지시'도 48.9%로 직장인 평균(16.9%)의 2.9배, '따돌림·차별'도 31.1%로 직장인 평균(11.1%)에 비해 2.8배 높았다"라며 "사회복무요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들을 상대로 피해 심각성 정도를 물어본 결과, '괴롭힘으로 인해 본인이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회복무요원의 28%는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직장인들 평균 응답(10.6%)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조사에선 사회복무요원들의 지위적 특수성이 드러났다. 사회복무요원 괴롭힘에 대한 가해자 비율은 복무기관 직원(60.9%)과 복무기관장(38.2%)이 특히 높게 나타났고, 민원인에 의한 괴롭힘 비율도 24%로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 설문조사의 경우 괴롭힘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35.9%), 비슷한 직급 동료(24.3%), 대표, 임원 등 사용자(23.9%) 순으로 나타났고 민원인에 의한 괴롭힘 경험은 평균 6.3%로 다소 낮게 나타났다.
박 운영위원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사회복무요원이 훨씬 더 위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복무하고, 복무기관 이용자 또는 민원인에 대한 괴롭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괴롭힘에 대한 대응을 살펴보니,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괴롭힘 피해를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70.2%)고 답했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39.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향후 복무기간 동안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5.4%), '제대로 된 해결 절차나 제도가 없어서'(18.4%) 등이 뒤를 이었다.
박 운영위원은 "제도적 미비로 인해 괴롭힘이 묵인되고 복무기관 재지정이 자유롭지 못해 괴롭힘을 감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괴롭힘 경험과 관계없이 사회복무요원의 대다수가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이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괴롬힘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을 위한 별도의 괴롭힘 금지법을 뜻한다. 노조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병역법 내의 일부개정을 통해 병역의무자에 해당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은성 사회복무요원 노조 사무처장은 "사회복무요원은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가 아닌) 병역의무자에 해당하면서 신분상으로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인 애매한 위치에 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군인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당장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병역법상 복무 중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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