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행정체제의 성과분석과 개편방향에 대한 이른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도의 행정체제 도입은 오는 6월 강원도와 내년초 전라북도의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선행된 제주도의 입지를 계상한 것으로 적절한 시의와 방법 등이 뒤따르고 있다.
먼저 제주도는 사업비 15억원을 들여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올해 12월까지의 용역작업으로 특별자치도 성과분석,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필요성,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모형안, 도입 공론화, 도입안과 주민투표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도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416회 임시회 중 회의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연구용역 추진에 따른 현안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제주주민의 대표인 한권, 한동수 의원은 제주도 집행부를 현란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행정체제 성과평가 결과는 단순 현황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라며 “과업 중단과 재분석 요구는 도정 발목 잡기가 아니라 연구용역이 이렇게 마무리될 경우 나중에 근거 부족으로 정부의 반대 논리에 의해 행정체제 개편이 좌초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또한 “행정체제 성과평가의 경우 현재 제주도민이 느끼는 행정 민주성과 주민참여 약화, 지역 간 불균형 발생,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 등 문제점이 현재의 행정체제, 즉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 체제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인과관계 분석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제주도민이 갖는 불편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법은 '행정체제의 개편'이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연구적 한계가 있다는 연구용역진의 의견에 과업 발주처인 제주도정이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일 제주한라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제주도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로 ‘제1차 제주도민참여단 숙의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숙의 토론회는 먼저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박경숙 위원장이 나와 “엄정한 중립성과 공정성을 가지고 모든 절차를 준비하고 진행하겠다”면서 인사말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는 향후 6개월간 제주도 실정에 가장 적합한 행정체제에 대하여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항상 옮고 완벽한 제도와 시스템은 있을 수 없고 17년 전 제주도민이 선택했던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틀이 당시는 최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민참여단 한 분 한 분 역시 현 행정체제에 대한 이견(異見)이 있을 것”이라며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였고 이번 숙의 토론회는 이견이 없는 자리가 아니라 다름을 통해 오히려 더 큰 지혜가 만들어가는 과정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의 공론화 1차 숙의토론회는 첫날 모임으로 등록과 설문조사, 위촉장 수여, 선서에 이어 위원 소개, 인사말과 공론화의 의미에 대한 도민참여단의 역할이 설명되었고 분임토의로 인사와 기대 나누기 등이 진행됐다.
또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석좌연구위원이 ‘제주도 행정체제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 발표가 있었다.
금 연구위원은 제주도는 지방행정체제를 중층제에서 단층제로 전환한 이후 도민들로부터 많은 비판과 개편을 위한 다양한 대안도 논의됐으며 이제는 현재의 단층제가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중층제에서 단층제로 전환하고자 했던 목적에 기준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고 행정의 효율성과 지역 부합성을 평가하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도는 다른 시·도와 다른 여건적으로 공간·지리적인 특성을 보유한다”면서 “현행 단층제의 문제점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이 반면 공간·지리적 차별성이 제주형의 타당성을 제공한다”고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금 연구위원은 특히 도입의 추진전략으로 “제주형지방행정체제의 도입은 효과적인 추진으로 다양한 집단의 이해를 원활하게 조정하는 것”을 꼽고 “이에 따라 내부적인 동의로 도민들의 합의의 형성과 외부적인 수용으로 국가의 통치체제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중앙정부의 판단이 수반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계속해서 주제별로 분임토의는 ▷제주 지방행정체제의 변화와 과정(연혁) ▷행정체제의 성과(장점)와 단점 그리고 변화의 필요 ▷제주형 지방행정체제 ▷행정체제 도입과 관련 논의 ▷주제에 대한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싶은 정보 등으로 진행되었고 도민참여단들로부터 질의에 단국대학교 남재걸 행정학과 교수와 금창호 위원으로부터 응답으로 이어졌다.
도민참여단은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장점(성과)로 ▷정책추진의 일관성 확보 ▷효율성 ▷도지사의 선거공약 ▷균형발전 등을 지목했으며 단점으로는 ▷정책수행 과정의 획일성이 편향적 ▷반대의견 수렴과정의 약화 ▷시의회의 시장 견제의 약화 ▷임명제 행정시장으로 주민의 의견반영 어려움 ▷발언권이 없는 읍·면지역의 의사반영 부재 ▷도시개발, 교육서비스 편중화 ▷제주시와 서귀포시간의 불균형 ▷도지사 권한집중으로 제왕적도지사 ▷집단민원 해결 부족 등을 꼽았다.
주민들은 또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이 이 시점인가? ▷향후 추진계획가 주관은 어디서 하나 ▷애초의 국제자유도시는 홍콩처럼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번 개편에서 제외됐는지? ▷인구분산과 균형발전을 할 수 있는 개편 여부 ▷주민이 선출하는 기초단체장의 필요성 ▷예산과 비용 측면에서 광역과 기초의원의 겸직여부 등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도민참여단은 일반도민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주도민 18세 이상 성인남여 300명을 구성했는데, 제주시 지역이 228명이고 서귀포시는 78명이다. 남성이 166명, 여성은 134명으로 연령은 60세 이상이 93명 4~50대는 132명이고 40세 미만은 74명이다.
이들은 4개월간 체계적인 숙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이 높고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을 직접 선택하고, 수렴된 의견을 기반으로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정책권고안과 주민투표안을 전달하게 된다.
도민참여단의 2차 숙의 토론은 오는 8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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