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아들 내외와 저녁을 먹고 딸과 사위는 먼 곳에 사는 관계로 전화만 하고 김일봉(?金一封)이만 통장으로 보냈다. 딸이 임신 중이라 오라고 할 수도 없고, 직장생활하며 주말 부부로 지내는 필자 내외가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어버이날 자식들 등쳐 먹은 것은 좋았는데, 아이들은 아마도 등골이 다 빠졌을 것 같다. 예전에 아버지 살아계실 때 “5월이 되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등 허리가 부러질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던 적이 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이놈아 그래도 너희들은 일제강점기하고 6·25를 겪지는 않았잖아!”라고 하셔서 꼬리를 내리고 그후부터 절대로 아버지 앞에서 가정의 달이라 힘들다는 투정을 부린 적은 없었다.
요즘 친구들 얘기를 들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딸네 집에 가면 편한데 아들 집에 가면 불편하다는 것이다. 친구들의 전화기 바탕화면에 들어 있는 사진은 손주(손자와 손녀를 함께 이르는 말)들이다. 친손주든 외손주든 구별이 없어진 것도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는 친손주만 손자 취급을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외손주 사진을 올려 놓은 친구들도 많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아직 손주가 없다.(투덜투덜) 어째서 딸네 집은 편한데 아들집은 불편하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며느리에 대한 표현으로 좋은 것이 별로 없었다. 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발톱 등을 보아도 며느리의 의미가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며늘/미늘’ 등의 단어가 ‘남편(아들)에 더부살이하여 기생(寄生)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한편 15세기의 문헌에 ‘메나리’라는 것도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메+ 나리’라고 해서 ‘메(제삿밥)를 나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백문식,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옛문헌을 보면 “며ᄂᆞᆯ(자부(子婦) : 며ᄂᆞᆯ이 ᄃᆞ외야(<월인천강지곡 36>)”라고 나타나 있다. “며”와 ‘날’의 합성어로 보는 견해가 있다. 여기서 ‘며날’은 “며=머, 먿=머슴의 먿’과 같이 어근이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고 ‘ᄂᆞᆯ’은 ‘나, 너, 누’와 같은 어근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서정법, <새국어어원사전>) 여러 가지 어원이 있지만 아직도 정설은 없다. 다만 ‘며느리’라는 단어가 현대어에서는 썩 좋은 의미와 결합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들에게 ‘기생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며느리발톱이나 며느리밥풀꽃 등의 어원과 결합해 보면 알 수 있다.
‘사위’라는 말은 과거 ‘데릴사위’라는 말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데릴 사위는 데리고 온 사위를 의미한다. 한자로는 예서(預壻), 초서(招壻) 등으로 쓰였다. 데릴사위나 더불사위는 최근에 이르게 된 말이며, 이보다 앞서 ‘민사위’나 ‘ᄃᆞ린사회’라는 말이 쓰였다. ‘민사위’는 민며느리와 같이 ‘밀다(미리 정하다)’라는 동사에서 관형사형으로 쓰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사위’란 ‘미리 정해놓은 사위’라는 뜻이다. ‘ᄃᆞ린사회’는 ‘ᄃᆞ린+사회’의 형식으로 된 합성어다. ‘ᄃᆞ린’은 ‘ᄃᆞ리다(데리다)’의 어근이 관형사형으로 변한 것으로 ‘처가에서 데리고 온 사위 (혹은 처가에서 거느린 사위)’라는 뜻인데, 18세기 이후의 문헌에는 보이지 않는다.(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계림유사>에 의하면 ‘사회(沙會) 壻(서)’라고 나타나 있고, <훈몽자회>에도 ‘사회(壻)’라고 나타나 있으니 과거에는 사회라고 불렀던 것이 맞다고 본다. 여기서 ‘회(會)’는 ‘사나히(男)(<훈몽자회 17), 갓나히(女)(<훈몽자회> 25), 안해(妻, <한청문감>, <소학언해>)’ 등에 나타나는 ‘히, 해’와 같이 사람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에서 발췌함) 이는 ‘한족(漢族)’의 ‘한(漢)’이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한 것과 같다고 본다. 우리가 ‘무뢰한(無賴漢)’이라고 할 때 쓰는 ‘한’자는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악한(惡漢), 괴한(怪漢)이라고 할 때도 같은 글자를 쓰는 것으로 보아 ‘한(漢)’이라는 글자에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고, ‘한족(漢族)’은 자신들은 ‘사람의 자손’이고 다른 민족은 미개한 민족이라는 의미로 스스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본다. 또한 ‘해’도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였음은 과거 우리 선조들의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탈해(脫解)나 남해(南解), 첨해(沾解)등의 이름에 나타나 있는 ‘해(解)’가 바로 사람이라는 의미다. 아마도 발해(渤海)라고 했을 때의 ‘해’도 사람을 뜻하는 우리말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그러므로 ‘사회(沙會)’라는 단어는 ‘사+회’의 합성어인데, ‘사’는 ‘살다, 사람’등의 어근이고, ‘회(해)’는 ‘사나히, 갓나히, 남해’ 등에서 보이는 ‘사람을 의미하는 접미사’로 본다. 그렇다면 ‘시위’라는 말은 결국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아들이나 다를 바가 없는 식구가 되었다.
앞으로 300년 후면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이 사라진다고 한다. 아마도 출생률이 낮아서 그런 말이 나온 말이 아닌가 한다. 몇 백조를 저출산 예산으로 쓰지 말고 그 돈을 다 아이 낳도록 난임 가정에 낳을 때까지 투자하고, 아이를 낳으면 박사까지 학비를 대 주면 어찌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겠는가? 적절하게 예산을 사용해야지 쓸데없이 연구하는데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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