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불법적인 침공을 당한 나라를 방어하고 복구를 지원하는 데에 국제법과 국내법적 한계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전쟁에 관여한 당사자들과의 관계, 전장의 상황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전쟁 동안 한국이 국제적 원조를 받았던 것처럼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방어 및 재건 지원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의사를 표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인도적 지원' 방침으로 피해왔으나, 오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주요 포탄 생산국인 한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때문에 러시아와 적이 되는 것을 피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출된 미국의 기밀 문건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해달라는 미국의 압박에 해법을 고심하는 고위 관계자들의 논의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변경할 경우 파장을 우려해 폴란드를 통해 포탄을 지원하는 우회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문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 발표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 관련 입장 변경 발표가 겹치게 되면 국민들은 이 사안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와 관련해 "쇼를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열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평화 증진을 위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과거 정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남북 신뢰 구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만약 남한과 북한 사이에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동북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할 것"이라며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중국과 대만 갈등에 대해선 "무력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변경하는 데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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