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연습생 인권침해 사건이 또 일어나 논란인 가운데,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궁극적으로는 논란의 핵심인 케이팝의 육성 시스템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문화연대는 논평을 내 "일련의 사건들의 핵심적인 문제는 케이팝의 독특한 육성 시스템"이라며 "합숙 과정에서 연습생들은 보통의 십대 청소년이 누려야 할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등 아동·청소년의 권리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예 기획사와의 계약서 내용에 동의했다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환경도 문제"라고 문화연대는 덧붙였다.
통상 아이돌이 되기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십대 시절 아이돌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 장기간 합숙생활을 이어간다.
관련해 <서울신문>은 지난 4일 "6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연습생 시절은 물론 데뷔 후에도 같은 그룹 멤버를 강제추행하고 유사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에는 다른 아이돌 그룹이 소속사 관계자로부터 장기간 폭언과 성추행에 시달렸다며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하기도 했다.
문화연대는 "(케이팝의) 높아진 인기와 경쟁률로 인해 아이돌이 되기 위한 경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안전하게 (데뷔를) 준비할 수 있는 제도나 안전장치 마련은 미비"하다며 "이는 아이돌 준비 과정에서 연습생들이 겪는 정서적·신체적 고통을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감내하고 참아야 하는" 과정으로만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연대는 "불평등한 계약관계, 과노동, 휴식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감시 관리, 폭언과 성추행 등 많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고, 팬들의 비판적 문제 제기를 통해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연대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아이돌 연습생을 관리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들에게는 아동·청소년의 권익보호를 해야 하는 책무가 있"지만 현실은 "연간 1회 이상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청소년 연예인과 연습생 소양교육'을 통해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돌 연습생과 가수에게 정작 필요한 현장 근로 감독과 문제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이러한 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문화연대는 이 같은 점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케이팝 육성 시스템 점검 △아이돌 연습생과 가수의 권리보호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추진전략 수립 △연예 기획사 현장 관리 체계 재정비 △아이돌 연습생과 가수 권리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와 정책 연구, 현장 의견수렴 실시 등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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