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대진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친(親)이재명계에서 유력 주자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이번 선거는 비(非)이재명계 내 경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명계 내에서도 친명계 의원들을 흡수하는 후보냐, 비명 색채가 좀더 뚜렷한 후보냐를 두고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까지 한 달여 시간이 남은 현재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재선의 김두관 의원, 3선 이원욱·홍익표·박광온 등이다. 네 후보 중 김 의원은 친명계, 나머지 후보들은 비명계로 꼽힌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온건 비명'으로 분류되는 홍익표·박광온 의원이다.
친명계 후보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은 지금의 당 분위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파동 등을 겪으면서 당 내에선 다음 원내대표는 당 내 통합을 주도할 인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재명 대표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차기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에 뜻이 모아진 것이다.
친명계인 김 의원은 당원·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선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이 선출하기 때문에 정작 투표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평이 나온다. 반대로 이 의원의 경우 비명 색채가 너무 강해 지도부 내 통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와 비교해 홍·박 두 후보는 비교적 온건 성향으로, 이 대표를 부족한 면을 메우면서도 당 내홍을 수습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홍 의원의 경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대표로 계파색이 가장 옅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거 범(凡)친문·친낙계로 불렸으나 최근 원내대표 선거 국면에 들어선 '범친명’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그는 지난 달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도 최근 당직개편과 관련해 "충분히 대표로서는 내려놓을 것은 다 내려놓은 것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다", "역대 어느 대표도 사무총장을 자기가 편한 사람 안 쓴 분이 없다"며 이 대표를 옹호했다. 아울러 이 대표 퇴진 요구와 관련해선 "소수의 의견"이라고 단언하며, "한두 분의 말씀에 다 따라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친명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 만나 홍 의원에 대해 "여러 계파를 섞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또다른 친명계 의원들 또한 비슷한 생각이라며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 홍 의원 지지도가 높다고 전했다.
박 의원의 경우 대표적 '친낙(親이낙연)' 인사로 분류된다. 다만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는 등 이 대표와 접점도 있는 데다,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의원들과 폭 넓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의원은 5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우리 당에 부족한 소통의 역할과 균형을 잡는 역할,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며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당의 화합과 통합으로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출마 의사를 명확히 했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2위를 했다는 점도 타 후보에 비해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박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 의원은 <프레시안>에 "지난번 선거에서 아쉽게 떨어진 분은 다음에는 붙여주자는 게 관례이고, 지금껏 지켜져왔기 때문에 이번엔 박 의원이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표면적으로는 비명계 내부 경쟁으로 보이지만, 원내대표 선거 구도는 결국 '범친명'대 '범비명'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 의원이 김 의원과 단일화하고, 박 의원이 이 의원과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네 후보 외에도 안규백(4선), 윤관석(3선) 의원 등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막판까지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새 원내대표 선거는 이르면 이 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치러질 예정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다음 주 중 선거일을 확정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려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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