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전역에서 유엔 기관에 소속된 여성직원들의 업무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아프간에 파견된 유엔 관리들이 당국으로부터 현지인 여성 근무를 금지할 것이라는 방침을 통보받았다"며 "아프간에서 원조 활동을 약화시키려는 추세가 있는데, 이는 가장 최근의 조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 여성들이 유엔을 위해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탈레반의 조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자릭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조치가 아프간 내 원조 및 구호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하고 있으며 내일 카불에서 (아프간) 당국과 더 많은 회의를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서면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해 상황 변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유엔 아프가니스탄 대표단(UNAMA)에 소속된 여성 직원들이 4일을 기준으로 낭가르하르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아직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업무 금지 조치가 아프간 전역에서 언제부터 시행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두 명의 유엔 소식통을 인용, 업무 금지령에 대한 우려에 따라 유엔은 모든 직원들에게 48시간 동안 사무실에 오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이같은 유엔의 입장에 대해 탈레반 정권과 아프간 정보부 대변인에게 입장을 요청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부터 예상돼왔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해 12월 24일 탈레반이 국내 및 국제 원조 단체에서 아프간 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금지했었다면서, 몇몇 국제적인 NGO들은 실제 이 조치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같은 조치가 시행됐을 때 유엔은 "국제기구들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면서 당시 예측했던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유엔이 아프간에 약 4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그 중 약 3300명이 아프간 국민이라고 밝혔다. 이 중 아프간 여성 직원은 400명 정도이며 외국 국적의 여성은 200명이다.
지난 2021년 아프간에서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은 집권 초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들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여성에 대한 교육 및 공공장소에서의 활동에 제한을 두는 등 이전 집권 당시 행태를 보이면서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