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다음 달 1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재개 의사를 밝힌 가운데 월정리 해녀들이 공사 저지를 위한 본격 행동에 들어갔다.
월정리 해녀들은 30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연 후 이날 오후 제주도청 주차장으로 이동해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해녀들은 지난 2021년 10월에도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막기 위해 아스팔트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바 있다
앞서 제주도는 제주시 조천·구좌읍 인구 증가와 개발 공사 등으로 동부하수처리장 처리 용량이 한계에 이르자 지난 2014년 하수처리 용량을 기존 6000톤에서 1만 2000톤으로 증설했다. 하지만 하루 최대 하수처리 용량이 한계 수위인 98.9%(1만 8천여 톤)에 육박하자 2017년부터 또다시 2만 4000톤으로 증설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 반대 월정리 대책위는 그러나 지난 1월 오영훈 도지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 11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데 이어 이달 7일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 최응천 문화재청장, 세계유산본부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재차 고발했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 구간이 국가지정문화재와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 보호구역 내에 있는데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단 한차례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피고발인들이 자신들의 직권을 남용해 공문서를 위·변조 및 허위 작성하고 문화재 현상 변경을 신청해 불법적인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월정리 해녀들은 이날 오영훈 도지사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청을 방문했으나 해외출장으로 만날 수 없었다.
해녀들은 이날 오후 도외 출장에서 돌아온 강재섭 제주상하수도본부장을 만났지만 "'공사에 대해 제주도가 관여할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관계자는 "공사를 못한 책임을 월정리 주민들에게 돌렸다"며 "게다가 다른 마을 주민들은 ‘희생하며 잘 협조’하는데 월정은 그러하지 않다며 주민 희생은 당연하다는 말을 전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해녀들은 그러면서 "주민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공직자들의 시각은 무책임을 넘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내일 시공사와 대화해 보겠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남긴 채 등을 돌렸다"며 "왜 월정리 해녀들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물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