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한 첫 도민 경청회가 29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개최됐다. 도민 경청회는 국토부가 제주 2공항 기본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도민 의견을 듣는 자리다. 첫 도민경청회는 지난 8년간 이어진 찬·반 양측의 입장차를 드러내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으나 우려할 만한 충돌은 피했다.
송창윤 제주도청 소통관의 사회로 진행된 도민경청회는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설명에 이어 찬·반측 대표 의견 제시, 플로어 참가자 의견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찬성측은 제2공항 건설로 인한 토지 수용과 소음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 관광청 신설 성산 유치, 기본 상권 보호 등을 요구했고, 반대측은 사업 추진 시 조류 충돌 위험, 군사 공항 전용, 주민투표에 의한 사업 추진 등을 요구했다.
반대측 대표로 나선 박찬식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제2공항 후보지 일대는 대여섯 개의 철새 도래지가 있는 철새 도래지 벨트"라며 "그동안 조류 충돌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주장했다.
또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조류 충돌 위험 평가에서 "이 지역에서 발견된 172종 중에서 133종이 빠진 39종만 위험평가에 들어갔다"며 "이중 20종은 다른 공항에서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 새들이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제2공항 수요 예측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3500만 명으로 줄고, 2070년이 되면 2600만 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된 예측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박 위원은 제2공항이 군사 공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박 위원은 "2019년 예산안 당시에 국방부가 5년 동안 2952억 원을 투입해서 제주의 공군기지를 짓겠다고 했다"며 "3천억도 안 되는 돈으로 공군기지를 만들 수 있는 무슨 비상한 방법이라도 있나. 결국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이용할 계획을 짜기 위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찬성측 대표로 나선 오병관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제2공항으로 인한 갈등이 8년째 이어지는 데 대해 안타깝다"며 정부의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토지 수용과 소음 피해 지역에 대한 최대한의 보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수용 토지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은 물론 제 2공항에 인접하지만 수용에서 제외된 토지에 대한 제3의 피해 구제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관광청 신설 성산 유치, 성산읍 기존 상권 중심 도시 계획 수립, 지역 청년 및 주민 취업 우선권 부여, 공항 안전성 확보, 공항 연계 도로망 확충 등을 요구했다.
오 위원장은 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 위원장은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8년 갈등의 주범들"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영혼을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민 의견이 중요하다든지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여론을 호도하고 조장해 왔다"면서 "제주도 국회의원들은 반성하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측 대표 발표 이후 양측 각 6명씩 12명에게 3분간 주어진 플로어 참가자 의견 발표에선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몰리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성산읍 신양리 주민은 "공항 발표 이후 8년이 지나면서 반대측 주민들이 대부분 친척이고 해서 6년 정도까지는 찬성 단체가 아무런 활동을 안 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외지인 대모꾼들이 자꾸만 끼어들어 언론을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저희(찬성측)를 너무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측) 정치인이 선동을 하고 있다. 투표는 이해 당사자들끼리 하는 게 맞다"며 "성산공항이 유치가 됐을 때 과연 모슬포 한림 애월 쪽 사람들이 성산공항을 이용하겠나"라고 말했다. 가까운 제주공항을 놔두고 이동 시간이 2시간가량 걸리는 성산공항을 이용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인 성산 지역 주민들의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7살 아이 엄마라고 밝힌 한 여성은 "국토부에서 이 공항이 군사공항이 아니라고 하면 그것이 군사공항이 아닌 게 되나. 순수 민간공항이라고 하고 나서도 국방부에서 공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정에서 오늘 이 자리에 그것을 확정하고 증명하려면 국방부를 같이 데리고 와야 한다. 제주도가 나서서 국방부에게 그 확답을 듣고 나서야 제2공항의 문제를 협의할 수 있을지 말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로어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지자 찬·반 양측이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충돌해 잠시 플로어 발표가 중단됐다. 하지만 관계 공무원들과 양측 참관인들이 만류로 다행히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날 첫 번째 도민경청회에 이어 다음 달 6일 서귀포시 청소년수련관, 24일 제주시 농어업인회관에서 도민경청회를 열 계획이다. 도민공청회는 제주도 공식 유튜브 ‘빛나는 제주TV’에서 생중계된다.
한편 제주 제2공항 기본 계획안에 따르면 제2공항 건설 사업에는 총 사업비 6조 6700억 원이 투입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과 함께 공항 내 전기 수소 조업 차량 도입, 제로에너지 건축물 1등급 설계를 반영했다. 부지 면적은 사전 타당성 조사 당시 760만㎡였으나 기본 계획에서는 550만㎡로 축소됐다. 활주로 유도로 길이는 동일하며 계류장 건축시설 도로는 항공 수요 등 현장 여건에 맞춰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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