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일본 해상자위대가 광개토대왕함에 대해 위협적인 비행을 한 것과 관련, 정부는 이 사안을 한일 정상회담에 의제로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 책임에 면죄부를 준 윤석열 정부가, 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 위협 비행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 초계기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돼있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정상회의에 올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초계기 문제는 지소미아 (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한일관계에서 한 개씩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협상했다"고 말해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해 사과를 비롯한 요구를 할 생각이 크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초계기-레이더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을 수색 중이던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 근처에 일본 초계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촉발됐다.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이 자신들의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이어져 왔다.
이 장관은 일본의 위협 비행이 있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우리와 일본이 이야기하는 것이 다르다. 사실관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그동안 한일 간 견해가 다르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했다"라며 초계기 위협 비행에 대한 정부 입장이 뭐냐고 재차 물었고, 이 장관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한일관계 진전에 따라 앞으로 그 부분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러자 윤 의원은 국방부 입장이 있어야 일본과 협상을 할 것 아니냐고 질타했고 이 장관은 "(일본 초계기 비행이) 위협적이었다는 것은 맞다"라며 "그 과정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사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광개토대왕함이 레이더를 초계기에 조사했는지에 대해 이 장관은 "우리 입장은 (일본 초계기에) 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일본은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 이후 한일 군수지원협정,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 등의 단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분명히 아니다. 지소미아는 이와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이후 한일,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의 질문에 이 장관은 "군사동맹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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