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띄어쓰기를 도입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 선교사였다. 존 로스라는 목사인데, 그는 1877년에 한국어 교재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을 저술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한글 아래 발음기호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었다. 영어의 띄어쓰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한글도 띄어 쓰도록 한 것인데, 이것이 최초의 한글 띄어쓰기의 교본이다. 나중에 입국한 헐버트라는 목사 겸 교육자가 <독립신문>이라는 한글로 된 최초의 신문에 띄어쓰기를 적용할 것을 적극 권장하여 대중화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래서 세상에는 헐버트가 처음으로 한글의 띄어쓰기를 만든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존 로스 목사가 최초의 인물이다. 독립신문이 창간된 것은 1896년이기 때문에 헐버트는 로스 목사보다 훨씬 늦게 육영공원의 교사로 들어와서 한글의 장점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다. 아마도 <뉴욕 트리뷴>이라는 신문에 한글을 처음 소개한 사람이 아닌가 한다. 이와 같이 서양의 선교사들이 우리말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장비가 말을 타고”와 “장비 가말을 타고”는 천지 차이라는 것을 알고 띄어쓰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세계인에 알렸다. 그 후로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규칙을 지니게 되었다. 초기에 제작된 책에 나온 단어들은 거의 모두 띄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다음 화면에 뜬 기사 제목을 보니 기가 막힌 것이 눈에 띈다.
①“넌 아직 준비 안됐어 말렸지만”... 23살 시설 너머엔 자유가 있었다
②“안되면 조상 탓!”
위의 문장을 보녕 쉽게 이해할 것 같지만 띄어쓰기가 되지 않아서 사실은 의미 전달에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읽겠지만 ‘안 되다’와 ‘안되다’는 의미가 다르다. 우선 ‘안되다’의 일반적인 의미는 “일이나 상황이 좋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②의 경우는 맞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잘되다’의 반대말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안되다’의 다른 의미로 형용사로 쓰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그 사람 조실부모했다더니 참 안됐어.
태호야! 너 얼굴이 왜 그렇게 안돼 보이니?
라고 할 때는 ‘안되다’가 “가여워서 마음이 좋지 않다, 불쌍하다, 안쓰럽다”의 뜻이다. 태호의 얼굴이 ‘불쌍해 보이거나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안돼’는 ‘안되어’의 준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됐어’를 ①처럼 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는 ‘안’이 하나의 부사로 쓰인 것이다. 그래서 ‘안’과 ‘되다’를 띄어 써야 한다. 문장을 자세히 보면 “스물 세 살의 처녀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와 쓸 때는 한자로 세(歲)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말로 스물 세 살이라고 할 때는 ‘살’을 쓴다. 그리고 ‘안 된다’는 맞지만 ‘안 됀다’는 틀린 것이다. ‘돼’는 ‘되어’의 준말이기 때문에 “이해가 잘 안 된다.”라고 해야지, “이해가 잘 안 됀다.”라고 쓰면 틀린다. 그러므로 ①번의 문장은 두 가지가 틀린 것인데 뉴스 전면에 버젓이 등장하였다. 기자가 글을 올릴 때는 책임 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 부정부사와 하나의 동사(형용사)는 구분해서 써야 한다. 우리말은 각 단어별로 띄어쓴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남들에게 보이려고 하는 글이라면 조금은 더 신중하게 쓰는 습관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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